'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 … 상법개정 속도낼 듯
적용대상 회사서 주주로 확대
소액주주 보호에 힘 싣기
최상목 "의견 수렴 나설 것"
이복현 "무조건 도입 필요"
재계 "이사회 책임 확대 땐
무분별한 소송 대책도 필요"
22대국회 개정안 마련 주목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입을 모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을 강조한 배경에는 이 방안이 기업가치를 높일 핵심 수단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젝트를 역점 경제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간 관련 업계 안팎에서 밸류업 대책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밸류업 대책이 기업의 자율 참여와 참여 시 제공하는 인센티브(당근)만 강조하다 보니 실효성을 위한 '채찍' 측면에서라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초 주주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와 이 원장의 이번 발언은 앞선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을 재확인한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초 윤 대통령의 공언에도 당시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법 개정을 반대했다. 이후 잠잠해졌던 관련 논의가 이 원장 언급에 따라 다시 시작됐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민관 합동 투자설명회(IR)에서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무조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밸류업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법 개정이) 공론화조차 안 된다는 건 밸류업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고도 충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수장들의 발언처럼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도입하려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상법 제382조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반 주주에 대해선 이러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주주에 대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를 통과해야 정부 추진안이 실현될 수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21대 국회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개정안은 다른 현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29일 만료되면 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 개정안 발의라는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6월 중 공청회를 열어 법 개정과 관련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의원입법 방식을 통해 개정안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제출되면 정부는 본격적으로 거대 야당 설득에 돌입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법무부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청회 등을 통해 경제계와 학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여러 방향으로 법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 개정 후 일부 주주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무분별한 소송전에 나서 경영활동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이사 책임이 확대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며 "이사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했을 때에는 책임에서 면제해주는 식의 제도를 같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도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법 개정 외에 세법 개정 사안도 언급했다. 그는 "자사주 증가분에 대해 얼마나 법인세 세액을 공제할지,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을 놓고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라며 6~7월 중 공청회를 포함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또 "밸류업은 기업가치를 증진하고 투자를 많이 하면 (세제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행동의 인센티브로 세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일반적인 감세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상속세 완화 방안도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시장에서 얘기하는 것을 펼쳐놓고 의견을 듣고 1~2개로 좁힐 것"이라며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자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가업상속 공제 대상 한도를 확대하자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이 되는 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중소기업을 넘어서더라도 중소기업으로 인정되는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할 생각"이라며 "연구개발(R&D) 또는 투자, 고용 등의 세액공제 혜택이 2년 연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장 사다리 구축 방안'을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중산층을 위한 주거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산층을 위해 장기 민간 임대를 확대하는 방향도 역동경제 로드맵에 담고 제도 개선 방안 역시 하반기에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이희조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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