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가격한 취객 뺨 때렸다고 해임 …"경찰이 죄인인가"

최예빈 기자(yb12@mk.co.kr) 2024. 5.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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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채 난동을 부린 취객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린 경찰관이 해임됐다.

여익환 서울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제복을 입고 시민을 폭행한 경찰관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얼마나 경찰을 우습게 보면 악성 민원인들이 경찰을 폭행하고 갑질을 일삼겠나"라며 "단순 폭행이나 욕설뿐만 아니라 각종 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 또한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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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서 행패부려 연행된 20대
여경에게 성희롱하고
"무식하니 경찰하지" 막말도
뺨 8대 때리며 제지한 경찰
내부 감찰 6개월 만에 해임
일선 경찰관들 부글부글
"취객이 때리면 맞는 수밖에"

만취한 채 난동을 부린 취객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린 경찰관이 해임됐다. 공권력 권위 추락과 날로 악성화하는 민원인, 그럼에도 모든 책임은 경찰 개인에게 돌아가는 현실이 이 하나의 사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식을 접한 일선 경찰관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독직폭행 혐의로 감찰을 받은 전임 경위 A씨(49)를 독직폭행과 복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해임했다고 28일 밝혔다. 독직폭행은 인신 구속에 관한 직무를 하는 공무원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가한 폭행을 뜻한다.

징계위는 "공권력 유린 행위를 용납할 수 없어 비위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이를 제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현행범을 체포한 뒤 피의자 신병을 관할서 당직실이 아닌 지구대에 인치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15일 만취한 상태로 70대 택시 기사에게 행패를 부리고 출동한 경찰관의 얼굴을 폭행해 체포된 20대 남성 B씨를 독직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관내 지구대로 체포된 이후에도 경찰관들을 향해 "무식해서 경찰 한다"며 조롱하고 근무 중이던 여경을 성희롱했다. 그는 테이블을 발로 차고 욕설을 뱉기도 하며 행패를 30분 넘게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제지하다가 뺨을 8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합의금 500만원을 전달하고 합의했다. 그러나 내부 감찰에 착수한 경찰은 A씨를 직위해제한 뒤 6개월 만에 해임을 의결했다.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해임 처분 소식에 경찰관들은 한편으로 허탈해하고 한편으로는 분노했다. 경찰을 상대로 한 민원인들의 행패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이날도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40대 여성 민원인이 5시간 넘도록 난동을 부렸다. 이 민원인을 상대하기 위해 결국 경찰서장이 직접 나서야 했다. '서장 나오라'며 경찰관들을 무시하고 겁박한 데 따른 것이다.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경찰관들도 부지기수다. 한 40대 수사관은 "죄가 되지 않는 사건으로 고소를 했길래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더니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고소가 들어왔다"며 "심지어 피의자와 경찰이 결탁했다는 식으로 악성 민원을 퍼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20대 순경은 "취객에게 얻어맞은 일은 헤아릴 수도 없다.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악성 민원인들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내뱉지만 경찰들은 그런 민원인에게도 존대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나도 독직폭행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며 "침을 뱉으면서 저항하는 범인을 저지했을 뿐인데 고소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익환 서울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제복을 입고 시민을 폭행한 경찰관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얼마나 경찰을 우습게 보면 악성 민원인들이 경찰을 폭행하고 갑질을 일삼겠나"라며 "단순 폭행이나 욕설뿐만 아니라 각종 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 또한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악성 민원인들의 난동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시민을 위해서라도 공권력이 회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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