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플랫폼법, 韓 대입 어렵다…자율·공적규제 조화시켜야"
"사전규제+광범위 규제인 DMA…우리나라 상황과 똑같지 않아"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유럽연합(EU)의 초강력 플랫폼 규제인 디지털시장법(DMA)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학계의 의견이 제기됐다. DMA처럼 강력한 사전규제를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와 같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빅테크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막기 위해 사전 규제를 일부 도입하더라도, 자율규제와 공적규제를 병행하는 국내 실정에 맞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는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EU의 글로벌 디지털 규제와 한국의 대응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EU의 반독점, 데이터·AI, 가상자산 규제와 한국의 시사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병일 한양대 법전원 교수는 EU DMA, DSA(디지털서비스법)와 관련해 "DMA·DSA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지부터 묻고 싶다"며 "물론 EU 움직임이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것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연합체인 EU와 단일 국가인 우리나라가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완전히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DMA는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거대 빅테크를 이른바 문지기 기업인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게이트키퍼 지정 기준은 EU 내에서 연매출 75억 유로 이상, 시가총액 또는 시장가치 750억 유로 이상, 월간 이용자 4500만명 이상, 최소 3개 회원국에서 서비스 제공, 연 1만개 이상 이용사업자(입점업체) 보유 등의 기준을 충족한 기업이다.
DMA는 이같은 게이트키퍼 기업들이 제3자 서비스와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하고, 자사 플랫폼 외부에서도 입점업체들이 자체 사업 홍보나 계약을 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독점적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셈이다. 게이트키퍼 기업이 DMA를 반복 위반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게 된다.
김 교수는 EU가 기존에 공정경쟁을 위해 시행했던 '경쟁법'과 비교해도 DMA의 규제 조치가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사전규제적 성격을 띄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규제 적용의 범위도 훨씬 넓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 EU 경쟁법 규제는 기업들에게 '어떤걸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금지의 성격을 가졌다"며 "반면 DMA는 이같은 금지의 성격에 더해 '게이트키퍼들은 어떤건 하면 안되고, 어떤건 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의무까지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에 따르면 EU 경쟁법과 달리 DMA는 어떠한 예외 조항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경쟁법은 시장 효율성을 강화하는 등의 경우에는 일부 면책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DMA는 이러한 면제가 인정되지 않아 경쟁법보다 규제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처럼 DMA의 규제가 기존의 법령·정책들보다 눈에 띄게 강력한 만큼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법안을 마련할 때도 DMA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EU 내에서도 10여년 간 논의를 거쳐서 DMA와 DSA가 탄생했다는 걸 반드시 기억해둬야 한다. 또 EU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반드시 똑같지도 않을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보면 EU 국가 상당수는 1건의 특허출원도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건 EU에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와 그들이 했던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DMA의 규제가 공정 거래 관행과 관련한 위법 사항의 시정과, 중소·신생 기업과의 상생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이같은 부분은 우리나라 플랫폼 규제 입법에 있어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DMA 차용을 주의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강력한 사전 규제를 적용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DMA가 규정한 게이트키퍼의 의무는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등의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사전 규제 도입의 당위성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디지털플랫폼 시장의 생태계도 고려하고, 사업자의 자율규제와 규제당국의 공적 규제의 조화 방안도 모색해 국내 실정에 맞는 입법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흡연 논란' 옥주현, 이번엔 목에 장침 꽂아 "흔치 않은 일"
- '강남역 여친 살해' 의대생 사형 구형…유족, 무릎 꿇고 엄벌 탄원(종합)
- [단독]'화천 토막 살인' 軍 장교, 살인 후 피해자인척 보이스톡…미귀가 신고 취소 시도
- 죄수복 입은 김정은 철창 안에…스위스에 걸린 광고
- 한지일, 100억 잃고 기초수급자 "고독사 두려워"
- '연봉 7000만원' 전공의 수련수당…필수의료 유입 실효성 의문
- 축구 경기중 날아온 '돼지머리'…발로 찼다가 부러질 뻔(영상)
- 추성훈 "사람 안 믿는다"…왜?
- 나나, 상의 탈의 후 전신타투 제거…고통에 몸부림
- 장가현 "전남편 조성민, 베드신 간섭…신음소리도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