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이어 충청 … 지방도 '메가시티' 바람
부산·경남 통합 공동연구 진행
인구·재정 키워 '규모의 경제'
수도권 쏠림 해법으로 떠올라
지역 주민 반대여론 극복 과제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불을 지핀 광역 단위 행정 통합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인구와 재정 규모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광역 단위 행정 통합은 시도 간 중복된 사업을 피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대구시와 경북도다. 대구·경북은 지난 17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통합을 공식화한 지 엿새 만에 실무단을 꾸렸고 이날 첫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구·경북 실무단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행정 통합을 추진했던 경험을 살려 과거 사례를 공유하고 통합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대구·경북은 다음달 4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홍 시장, 이 지사가 참석하는 4자 회동을 갖고 추진 방향,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다. 또한 대구·경북은 명칭과 기능, 광역·기초단체 간 사무 분담, 조세 및 재정 관계 설정 등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에 담아야 할 내용들을 검토하기 위해 '대구경북통합추진단'을 설치해 운영한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이 뭉친 충청권은 행정 통합 전 단계인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충청권 특별지자체는 행정 통합의 전 단계로 행정 권역을 하나로 묶는 연합 지자체 형태다. 행안부도 지난 20일 충청권 특별지자체 설치 등을 위한 '충청 지방정부 연합 규약안'을 승인했다. 다만 행안부는 지방정부란 용어가 헌법과 법령 규정 취지에 위배된다며 '충청 지방정부 연합'이란 명칭을 오는 11월까지 변경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 안은 초광역 협력을 위해 3개 분야, 18개 부문, 20개 사무를 공동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개 시도는 올 하반기 특별지자체 출범과 공동 사무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합의 장은 시도지사 4명이 돌아가면서 1년씩 맡기로 했다.
부산시와 경남도의 행정 통합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하반기에 통합안을 도출한 뒤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경남 행정 통합을 위해서는 통합을 바라는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하반기 내에 정밀한 통합안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겠다"고 말했다. 부산연구원과 경남연구원은 지난 3월부터 통합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남권 메가시티'를 구상하고 있는 광주와 전남도 교통과 산업경제 기능에 대한 두 지자체의 역할 분담을 먼저 추진한 뒤 행정 통합에 나설 방침이다.
통합에 나선 지자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받아 자치권을 강화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행정 통합 시 지역내총생산(GRDP)은 충청권이 270조원, 부산·경남은 224조원, 대구·경북은 178조원, 광주·전남은 135조원 규모를 갖게 된다. 서울(485조원), 경기(546조원)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지만 지방 재정 확대를 통해 도시계획과 교통, 산업, 복지, 교육 등 각 분야에 걸쳐 수도권에 맞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지사는 "국방 외교 이외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아 미국 주정부처럼 운영해야 지방 소멸과 저출생 등 국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역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행정 통합이 이뤄지기까지는 반대 여론 등 극복해야 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광역단체 통합을 위해서는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시도의회 의결이나 주민 투표를 거쳐야 하고, 이후 통합 지자체에 적용되는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도 행정기구와 조직 구성, 정원 조정 등 추가적인 행정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
[우성덕 기자 / 박동민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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