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지막 순간까지 정쟁으로 얼룩진 21대 국회

채상병 특검법 부결.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가 마지막 순간까지 소모적인 정쟁으로 얼룩졌다. 21대 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28일 채상병 특별법안이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최종 부결됐다고 한다. 이날 국회의 모습은 21대 국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대화보다는 표대결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우리 국회의 일그러진 장면이 아닐 수 없다.

21대 국회는 4년 내내 정쟁만 일삼았던 생산성 없는 국회로 기록될 판이다. 무엇보다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 폭주를 일삼은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꼼수 탈당'을 감행한 뒤 법사위에서 무소속 의원 자격으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여야의 대결과 충돌은 더 심해졌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반복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수사에 반발해 대통령 시정연설에 전면 불참하는 그릇된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소추안이 야당 주도로 가결됐고,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모두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령 취임 2년 동안 모두 10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전례가 없다고 한다.

이러니 21대 국회의 입법 성적표가 좋을 리 만무하다. 국회는 지난 4년 간 2만 5839건의 법안을 발의하고 9455건을 처리해 법안 통과율 36.6%를 기록했다. 최악의 식물국회로 평가받았던 20대 국회의 37.3%에도 못 미친 것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위기임산부 지원법안 등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 1만 6300여 건은 자동 폐기된다.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뒤늦게 속도를 올렸던 연금개혁안도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21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고, 각종 탄핵과 방탄이 난무했던 4년이었다. 이런 상황은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더 심할 것이라는 말이 벌써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공복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