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모든 인간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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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맨 이야기는 유명하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필자는 대학 시절에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 바로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모든 인간은 죽는다'이다.
하지만 정해진 수명만큼 살아가는 인간에게 죽지 않음은 '삶이 유일하지 않다'는 의미로 와닿을 수 있고, 이 유일하지 않음은 순간의 소중함을 퇴색시키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감정(예: 사랑, 우정)을 무뎌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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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맨 이야기는 유명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인간이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꿔왔다. 이 같은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듯 영생을 소재로 한 창작물은 지금도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으며, 어딘가에선 불멸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필자는 대학 시절에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 바로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모든 인간은 죽는다'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 여배우가 자신을 '불멸자'라고 소개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젊음, 인기, 아름다움이 짧은 순간에 머문다는 사실에 불만을 지니고 살아가던 여배우는, 죽지 않는 남자의 마음속에 자신을 남김으로써 실재는 사라질지언정 그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죽지 않는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불멸은 오히려 '저주'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삶이 유한하기에 다가올 시간에 희망을 품으며 매 순간을 소중하고 치열하게 보낸다. 하지만 정해진 수명만큼 살아가는 인간에게 죽지 않음은 '삶이 유일하지 않다'는 의미로 와닿을 수 있고, 이 유일하지 않음은 순간의 소중함을 퇴색시키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감정(예: 사랑, 우정)을 무뎌지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한이라는 축복 속에서 무한히 사는 방법은 없을까.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한 가지 해답이 있어왔다. 인간 한 개체를 보존하고 운반하기 위해 프로그램 된 '기계적 존재'로 본 진화생물학자의 해석을 빌리자면 반드시 죽는 인간이 자식을 낳아 '불멸의 유전자'를 남기는 행위가 곧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는 방법이었고, 이를 통해 '인간'은 죽지 않고 20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선 저출생 문제가 화두다. 인간이 불멸의 욕망(?)을 감추고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만큼 지금의 사회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저출생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긴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0.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대한민국은 전쟁 후 잿더미에서 출발해 불과 7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빠른 성장의 부작용인지 한 유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기준이 가족과 아이보다는 물질적 성공에 치우쳐 있다고 한다. 2023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으며, 2023년 OECD의 세계 행복 순위 보고서에서는 38개국 중 35위를 차지했다. 국가의 경제 수준은 높아졌지만 행복하지는 못한 것이다. 이처럼 불행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삶 속에서는 '불멸의 욕망'도 소용없지 않았을까.
'부위정경(扶危定傾)'이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관세청도 미력하나마 저출생 극복에 도움이 되고자 지난 4월 자체 인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제라도 가족, 친구와 같은 공동체적 요소를 행복의 중요한 결정 기준으로 두어 부위정경의 자세로 우리 사회 문제점을 조금씩 고쳐나간다면 다시 한번 자연의 이치에 맞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광효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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