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인데 내가 먹으면 '독'?…'음식 불내증' 의심해야
특히 한국인에게는 '밥이 보약이다',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생활은 매우 중요하다. 이왕이면 맛있으면서도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음식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사계절마다 원기 회복에 좋다는 제철 음식을 챙겨 먹거나, 뇌, 심장 등 특정 장기 기능이 저하됐거나 몸이 허할 땐 병을 낫게 하는 음식 등을 찾아 먹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도 어떤 사람에겐 독이 될 수 있다.
바로 특정 음식이나 특정 성분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음식 불내증(Food intolerance)'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같은 음식을 섭취했지만, 유독 나에게만 복부팽만감, 복통, 설사, 메스꺼움, 심한 졸음 등 소화불량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이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음식 소화 못해 이상 증상 '음식 불내증'… '음식 알레르기'와 혼동 주의
여러 사람과 대중적인 음식을 섭취한 후, 다른 사람과 달리 나한테만 불편한 증세가 나타난다면 해당 음식이 나에게 안 맞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으로는 이를 '음식 불내증'이라고 하며, 어떠한 음식이나 음식 내 성분을 소화, 흡수하는 과정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아직 모든 기전이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경우 무해한 음식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체내 과다한 면역반응이 야기되고 그 결과로 각종 불편함이 유발되는 것이다. 음식 불내증 중 그 기전이 비교적 명확히 밝혀진 경우는 효소 결핍 또는 효소의 기능 결함으로 인해 해당 음식이나 음식의 성분을 소화할 수 없는 경우이다.
음식 불내증의 증상은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이나 성분을 섭취한 뒤 최소 몇 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 나타난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복통, 설사, 심한 졸음, 두통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관절통 또는 피부 발진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면역계의 주요 구성요소인 lgG항체의 작용과 관련이 높다. 특히, 과도한 면역 반응이 장에서 발생하면 장 투과율이 높아져 소화 중인 음식 성분이 체내로 직접 침투하게 되는데, 이때 신체는 혈류 안으로 들어온 음식 성분을 바이러스나 세균 등 이물질의 침입으로 판단하여 이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고 결합하여 면역복합체를 만든다. 면역복합체가 적절하게 분해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과다하게 생성되어 전신으로 퍼질 경우, 다양한 조직과 기관에서 만성 염증과정을 유발하고 전신적인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음식 알레르기(과민반응)와 음식 불내증을 혼동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특정 음식 섭취 후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이를 음식 알레르기라고 생각하는데 음식 알레르기와 음식 불내증은 분명히 서로 발생기전, 증상 및 경과가 다르다.
음식 알레르기는 피부 가려움증, 얼굴과 팔의 부종, 호흡곤란에 의한 쌕쌕거림 등 과민 반응을 유발하는데 이는 해당 음식 항원에 대한 lgE항체의 급성 반응으로 인해 발생한다. 전형적인 음식 알레르기(과민반응)는 음식을 섭취한 후 몇 분 이내 증상이 나타나며, 호흡곤란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기에 이런 과민 반응이 의심된다면 즉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반면 음식 불내증의 불편 증상은 음식 섭취 후 수 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발현하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며, 지속적인 불편함을 야기하지만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급성 증상은 야기하지 않는다.
▶원인과 식단 추천 '음식 불내증 검사' 주목
가장 대표적인 음식 불내증으로는 우유의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 불내증'과 빵과 면의 주성분인 글루텐 성분을 소화하지 못하는 '글루텐 불내증'이 있다. 한국인의 약 75%가 겪고 있다고 알려진 유당 불내증은 당의 일종인 유당에 대한 분해효소가, 글루텐 불내증은 밀가루의 글루텐에 대한 분해효소가 결핍되어 우리 몸이 이들 성분을 소화할 수 없어 발생한다.
세계 최고 글루텐 질환 권위자이자 내과 전문의인 스티븐 왕겐 박사는 유당 불내증을 겪는 사람은 글루텐 불내증도 함께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평소에 우유나 밀가루 음식을 섭취할 때 남들보다 속이 더부룩하고 몸이 불편하다면 '음식 불내증 검사'를 진행해 보는 것이 좋다.
'음식 불내증 검사'는 개인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 등을 통해 음식 불내증 원인을 알아보고 결과에 맞는 교정 식단을 제안해주는 검사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 샘플에서 특정 음식에 대한 lgG항체의 반응성을 분석해 음식에 대한 몸의 반응 정도를 세 가지 반응 등급으로 확인한다. 등급은 ▲저반응성 음식 ▲중간 반응성 음식 ▲고반응성 음식으로 나뉘며, 높은 반응성을 보이는 음식일수록 음식 불내증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저반응성 음식은 음식 알레르기 또는 음식 불내증 증세가 없다면 섭취가 가능하며, 중간 반응성 음식은 일주일에 1~2번 이하로 제한할 것을, 고반응성 음식은 최소 12주 동안은 섭취를 완전히 배제할 것을 권장한다. 검사결과를 종합하여 고반응성 음식은 제거 식단을 통해 한시적으로 섭취를 중단하고, 이후 회전 식단 및 자극 식단을 통해 해당 음식을 다시 편안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준형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남들에겐 좋은 음식이라도 나에게는 독이 될 수 있는데, 특정 음식을 섭취한 후 반복적으로 복통, 설사, 두통 등의 소화불량 증상이 발생한다면 '음식 불내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음식 불내증은 특정 음식을 전혀 섭취할 수 없는 음식 알레르기와 달리 개인의 면역 반응에 따라 일정 기간의 텀을 두고 먹는다면 극복이 가능하기에, 자신의 음식 불내증 반응 단계와 교정 식단을 확인할 수 있는 '음식 불내증 검사'를 받아보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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