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바이오 2백곳과 협업 … 혁신신약 도전"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5. 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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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얀 보겔드 로슈 아시아파트너링 헤드
로슈만 빅파마중 유일하게
사업개발팀이 서울에 상주
바이오 인재가 한국 경쟁력
한국 파트너 바이오테크와
알츠하이머 치료제 논의

"글로벌 본사 소속의 한국 담당자를 통해 바이오테크 200여 곳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전체 바이오테크 수와 맞먹는 규모인데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이 큰 만큼 활발한 교류를 통해 난치병 정복에 힘쓰겠습니다."

함얀 보겔드 로슈 아시아파트너링 헤드(사진)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바이오테크들과 추진 중인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로슈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절반과 총매출의 60%가량이 모두 파트너십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한국 바이오테크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서울이란 도시의 우수한 임상 환경 등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 크론병, 중증 천식, 노인성 황반변성과 같이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2021년 로슈에 합류한 보겔드 헤드는 아시아 지역에서 혁신 기술을 가진 바이오테크를 발굴하고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슈와 한국바이오협회가 함께 마련한 '파트너링 데이'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종양학, 심혈관질환, 신경과학 등의 치료 영역에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로슈가 관심 갖는 포트폴리오에 대해 알리기 위해 교류 행사를 열었다"며 "올해는 약 80개 바이오테크가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 중 8곳과 실제 면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마련한 행사인 바이오 코리아를 통해서도 바이오테크 20여 곳과 미팅을 했고 이 중 5~10곳과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파트너링 데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기업과 진행한 미팅을 꼽았다. 현재 로슈는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배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알츠하이머 자체가 원인 규명이 안 된 질환이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첫 단추조차 끼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다른 적응증을 타기팅해 만든 후보물질이 알츠하이머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던 바이오테크와 만났다"며 "로슈를 포함한 기존 연구들은 흔히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의 과다 생성,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그 기업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로슈가 국내 바이오테크와의 협업에 공들이는 것은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오테크가 연구개발(R&D)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적절한 재원이 필요한데 한국 정부는 2016년부터 R&D 관련 지원금을 매년 10%씩 올리고 있다"며 "많은 인재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유수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것도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수들이 만든 바이오테크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데, 이 역시 바이오 산업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로슈가 한국 시장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글로벌 빅파마 중 유일하게 본사 소속 사업개발 임원(BDPL)이 서울에 상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초기 파트너십뿐 아니라 실제 라이선싱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한국 기업들과 빠르게 소통하고 본사의 의사결정을 시의적절하게 추진하기 위해 일종의 직보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바이오테크가 제공한 데이터나 아이디어를 본사에 전달하는 것, 본사의 피드백을 한국에 알리는 것 모두 BDPL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로슈는 올해 국내 바이오테크들이 가장 많은 협업을 제안한 다국적 제약사다. 로슈는 전략적 제휴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보겔드 헤드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50여 개 외부 기관과 R&D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71건의 라이선스 계약 등 임상시험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며 "올해도 그룹 매출의 20%를 R&D에 투입해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치료제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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