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서 물 건너간 법관증원법... '재판지연' 장기화 불가피

이근아 2024. 5.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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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한 사법부의 최대 숙원 사업인 법관 증원법(판사정원법 개정안)의 21대 국회 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법조계와 국회에 따르면,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 개정안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인 28일까지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해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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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폐기시 법관임용 규모 감소 불가피
구하라법·아동학대 살해미수 실형법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8일 열린 제414회 국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뉴시스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한 사법부의 최대 숙원 사업인 법관 증원법(판사정원법 개정안)의 21대 국회 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등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다른 중요한 법안에 신경 쓸 틈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법부 내부에선 법관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 확실시 된다며 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조계와 국회에 따르면,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 개정안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인 28일까지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해 표류 중이다. 본회의 상정을 위해 필요한 법사위 전체회의 의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판사정원법 개정안은 3,214명인 판사 정원을 5년에 걸쳐 3,584명까지 순차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2014년 법 개정 이후 10년째 판사 정원은 그대로인데,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하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처음으로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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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증원에 가려진 인력난… 판사 증원 법안 21대 국회서 폐기 위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2110330001333)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0월에 내년 신규 법관 임용 대상자 명단을 발표해야 해서, 늦어도 다음달까진 선발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현재 판사 현원은 3,105명으로 결원은 109명에 불과한데, 정원이 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선발 인원은 두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예년에 통상 100명대 초반 수준에서 신임 판사를 선발한 것과 비교할 때 줄어든 숫자다.

신임 법관을 충분히 뽑지 못하면 일선 법원의 재판부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재판 지연 해소도 요원할 거란 우려가 크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안이 끝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올해 인사에 반영하긴 어렵다"면서 "22대 국회에서라도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판사 증원법과 연동된 '검사 증원법'도 폐기 위기다. "특수부만 키우는 거 아니냐"는 야당(민주당) 우려에도 가까스로 여야 합의가 이뤄진 법안이다. 현재 2,292명인 검사 정원을 5년간 206명 증원하기로 일부 수정된 법안이 소위 문턱을 넘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판사·검사 증원법안 외에도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아동학대 살해 미수범도 무조건 실형을 선고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범죄 피해 구조금 지급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범죄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 역시 소위를 통과하고도 전체회의 미개최 탓에 폐기된다.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목적의 법안 중엔 소위 문턱도 못 넘은 경우가 상당수다. 범죄 피해자들의 재판 기록 열람·등사권을 확대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등이 소위에 상정됐지만, 이번 회기 마지막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무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범죄 피해자 보호 법안 모두 입법이 가로막힌 셈이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야심 차게 추진한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과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형법 개정안)도 21대 국회 처리에 실패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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