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WHO 총회 참석, 중국 반대로 8년 연속 무산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이 중국의 반대로 8년 연속 무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들은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WHA)에 대만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WHA는 WHO의 의결기구이다.
대만 행정원(중앙정부)은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대만 공중보건의 성과는 온 세상이 다 봤다”며 “WHA에 대표단을 보내지 못하는 것은 대만의 손실일 뿐 아니라 세계의 손실”이라고 밝혔다. 대만 행정원은 “정부는 국제 우방의 목소리를 지속 확대하고, 가능한 한 빨리 대만이 글로벌 공중 보건 체계에 들어갈 수 있게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1972년 유엔이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면서 유엔 회원국 지위를 잃었고 WHO를 비롯해 UN 산하 국제기구에서도 모두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 그러다 마잉주 총통 시절인 2009~2016년 WHA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다. 양안 관계가 좋았던 영향이다. 당시 대만은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차이니스 타이페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2017년부터 대만의 참가를 막기 시작했다. 이는 독립 성향이 더 강한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첸 쉬 주제네바 중국대표부 대사는 이날 WHA에서 “대만의 WHA 참가는 정치적 근거가 없는 것이며 대만 관료들이 옵서버 참가를 요청하는 건 보건 공백 때문이 아니라 이 사안을 정치적 문제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이 WHA에 참석을 못 하는 것은 인구 2390만명을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소외시켜 부당하다는 주장이 주로 서방에서 제기돼 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WHA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전 세계가 요구하는 포괄적인 글로벌 보건 협력과 안보를 약화한다”며 대만이 다시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일본 등 동맹국과 함께 WHA에 대만을 초청해야 한다고 WHO를 압박했다. WHO는 대만의 WHA 참석 문제는 회원국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회원국들이 내린 결론은 올해도 바뀌지 않았다. 대만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지역의 보건 대응에 특별한 공백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중국 외교부는 WHO 회원국들의 결정이 나온 직후 대변인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100여개국이 WHO 사무총장에 특별서한을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의 입장을 명확히 지지했다”며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 사회의 대세이자 어떤 도전도 허락하지 않음을 충분히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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