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수개혁이라도 일단 하라는 이유, 더 어려운 구조개혁은 무엇

최서은 기자 2024. 5. 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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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의 노후소득보장 강화 연금개혁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국민연금 개혁안이 28일까지 이번 회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게 됐다. 연금개혁이 어려운 것은 ‘모수개혁’ 뿐 아니라 ‘구조개혁’까지 함께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개혁 논의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일단 모수개혁부터 이뤄 기금 고갈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에서 얼마를 내고(보험료율) 얼마나 받는지(소득대체율) 등에 관한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기간 진통을 이어오던 정치권은 여러 차례 회의와 공론화 과정 끝에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45%로 일정 부분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모수개혁만 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의 고갈 시기만 다소 늦출 뿐, 기금 소진 후 막대한 누적 적자가 쌓이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전체 연금제도의 틀을 손보고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뒤따른다. 연금제도의 틀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은 모수개혁보다 훨씬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당장 어떤 안들을 논의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백개의 개혁안을 가지고 처음부터 논의를 시작해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한국의 연금제도는 기초·국민·퇴직·직역(공무원/사학/군인 등) 등 다층적인 노후소득 보장체계로 이뤄져있다. 구조개혁은 이들을 연계해 보장성을 따져서 연금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구조개혁의 안으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하는 방식, 현행 확정급여형(DB) 연금 구조를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는 방식,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조정하는 방식, ‘신연금’을 도입하자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고령화 등으로 기초연금 수급자가 늘어 기초연금 재정소요액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급히 이를 함께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에 대해 2개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급여 수준을 강화하는 안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 급여 구조는 유지한 상태에서 기초연금은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안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같은 특수직역연금에도 꾸준히 재정이 들어가고 있어 함께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년세대의 반발을 가라앉히기 위해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생 등으로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신연금’을 도입해 ‘구연금’과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미 누적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세금 등으로 재정을 마련해 사실상 연금을 하나 더 만들자는 주장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개혁이 지연될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과 재정 적자는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우선적으로 모수개혁부터 빠르게 처리하자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구조개혁은 기초연금이나 퇴직금 문제 같은 것들의 논의 범위나 내용, 수준이 아직 많이 진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미래 세대 부담을 고려해서 연금 개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모수 개혁을 먼저 빠르게 통과시키고, 구조개혁 논의를 22대에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여당은 구조개혁을 핑계로 모수개혁마저 지연시키지 말라”면서 “국회는 지체 없이 국민연금 모수개혁방안을 처리하라”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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