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 정책 동향 ‘제도 틀 안에서 규제 공백 보완’
[IT동아 한만혁 기자]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관련 첫 규제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 금융당국 감독 및 제재 권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 역시 가상자산 규제를 위해 각종 법안을 발의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리서치센터가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EU(유럽연합), 싱가포르, 영국, 스위스의 가상자산 정책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코빗리서치센터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주요 국가의 법적 환경 변화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의 중요한 이정표, EU MiCA
EU는 지난 2023년 6월 분산원장기술과 가상자산 채택 촉진을 위해 MiCA를 도입했다. MiCA는 EU에서 활동하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와 가상자산 발행자에게 적용하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다. MiCA는 가상자산을 분산원장기술 또는 이와 유사한 기술을 이용해 전자적으로 전송 및 저장할 수 있는 가치 및 권리의 디지털 표현으로 정의한다.
MiCA는 ▲가상자산 발행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시장 남용 방지로 구성된다. MiCA에 따르면 유틸리티 토큰과 기타 가상자산 등 가상자산 발행을 위해서는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은 백서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의 경우 관할 기관의 인가가 필요하며, 금융사에 적용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건전성 및 조직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시장 남용 방지 부분 역시 증권에 적용되는 규제와 비슷하다.
유틸리티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에 속하지 않는 화폐형 토큰은 발행과 시장 남용 방지 측면에서 MiCA의 적용을 받는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시 발행, 승인, 거버넌스, 건전성 요건 등 보다 복잡한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참고로 유틸리티 토큰은 특정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며, 화폐형 토큰은 결제 수단, 가치 저장 수단 또는 회계 단위로 사용되는 주요 기능을 가진 가상자산을 말한다.
MiCA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은 NFT,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등이다. 또한 투자 토큰은 MiCA 대신 EU 증권 프레임워크에 따라 규제된다. 투자 토큰은 보유자가 기초 자산 또는 자산 묶음에 의해 생성된 현금 흐름에 참여할 수 있는 토큰이다.
MiCA는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정립의 중요한 이정표로 꼽히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을 속성에 따라 분류하고 기존 금융 규제와 MiCA를 각각 적용하는 것에 대해 시장 참여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디파이(DeFi), 다오(DAO)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해당 분야에서 가상자산 보유자나 투자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코빗리서치센터는 “MiCA는 포괄적인 프레임워크를 채택하면서 명확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며 “다만 가상자산 속성에 따라 다른 법 적용, 디파이 및 다오 규제 적용 여부 등은 향후 검토 과정에서 추가 반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영국·스위스 ‘기존 제도 규제 공백 보완’
싱가포르는 가상자산에 대해 실용과 안전을 동시에 추구한다. 자국 금융 환경에 가상자산을 도입하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 자금 세탁 방지, 테러 자금 조달 방지 등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신중을 기한다.
현재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은 금융 기관과 스타트업의 기술 혁신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샌드박스 시행 중 완화되는 요건은 자산 유지, 이사회 구성, 현금 잔고, 신용 등급 등이다. 단 이를 위해서는 고객 정보 기밀 유지, 중개자에 의한 고객 자금 및 자산 취급, 자금세탁방지와 테러 자금 조달 방지 등의 요소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MAS는 지난 2022년부터 가상자산 거래 규제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2년 10월에는 투자자 피해 위험을 줄이고자 디지털 결제 토큰 서비스 제공 업체 대상으로 거래 위험 평가, 고객 자산의 적절한 분리, 투명한 공개, 중요 시스템의 높은 가용성 및 복구성 유지, 불공정거래 행위 감지 위한 메커니즘 구현 등의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영국은 금융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 FCA) 중심으로 가상자산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원하는 기업은 누구나 실제 환경에서 제품 및 서비스의 실행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개발 및 테스트할 수 있는 디지털 샌드박스도 시행 중이다. 금융 규제기관 및 관련 기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글로벌 금융 혁신 네트워크(GFIN), 시장 참여자들이 아이디어 개발이나 개념 증명을 위해 협력하는 테크스프린트(Techsprint) 등도 운영한다. 덕분에 영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기술 발전과 함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23년 8월 기존 금융 서비스 규제 체계에 가상자산을 통합하는 ‘금융 서비스 및 시장법 2023(FSMA 2023)’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 홍보 활동도 기존 금융 프로모션 관련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스위스는 가장 개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상자산 채굴을 허용하고, 가상자산 결제를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가상자산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한 결제 수단, 금전 또는 가치 이전 수단으로 실제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한 자산으로 정의하고, 결제 토큰, 유틸리티 토큰, 자산 토큰으로 구분한다.
단 FINMA는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가상자산은 거래의 매개체이자 가치 저장 수단일 뿐, 스위스 금융서비스법이 정의한 금융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스위스는 기존 제도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지갑 제공업체의 경우 파산 시 가상자산 분리 여부가 불명확했으나, 최근 채권자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가상자산을 분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코빗리서치센터는 “주요 국가의 정책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를 단순히 금지하기보다는 제도적인 틀 안에서 규제 공백을 보완하고 있으며, 혁신 장려를 위한 정부 주도의 산업 진흥책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여전히 제도적인 공백이나 한계점은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떤 접근법이 적절한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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