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경매시장 ‘메기’ HUG 떴다
손실 줄이고 공공임대 확보해
물건 정상화되며 낙찰가율↑
지난 14일 서울 강서 화곡동 전용 30㎡ 빌라 경매에는 7명이 몰렸다. 두번 유찰돼 감정가(2억3100원)대비 40% 저렴한 1억4000만원대에 경매가 시작된 물건이다. 전세사고로 경매에 나온 빌라인데 전세보증보험기관이자 이 집의 채권자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항력을 포기해 경매 수요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최종 낙찰자는 채권자인 HUG였다. HUG는 2위보다 1000만원가량 높은 1억8480만원에 낙찰받았다. 경매전문가 백희진 작가(필명 네이마리)는 “일반인들이 빌라를 경매에 낙찰받을 때는 (감정가의)70% 이하를 생각하지만, HUG가 직접 낙찰받으며 낙찰율과 낙찰가율 모두 다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HUG가 경매로 넘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낙찰받는 주체로 떴다. 전세사기 손실을 줄이고 정부가 공급하는 안정적인 공공임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세사기 빌라가 쌓이며 급락하던 낙찰율도 회복되는 조짐이다.
28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HUG는 이달에만(지난 23일 기준) 다세대 빌라나 오피스텔 등 전세사고로 나온 경매 60여건을 낙찰받았다. 이 물건의 채권자인 HUG가 회수하고 있는 것.
HUG가 요즘 낙찰받는 주택은 채권자인 HUG가 임차인 대항력 포기를 신청한 임차권 인수 조건 변경부 경매 물건이다. 채권자인 HUG가 임차인 대항력 포기를 신청하며 매수인이 임차권을 인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매를 진행하는 것이다. 즉 낙찰자는 낙찰금액 외에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통상 전세사고 주택이 경매로 나오면 전세보증금이 시세보다 높거나 비슷한 ‘깡통전세’다.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 대항력이 있는 경매여서 낙찰자는 낙찰금액 외에 전세보증금도 인수해야한다. 이렇다보니 전세사고 주택 경매는 유찰을 거듭해왔다.
낙찰이 안될수록 채권자인 HUG의 손실이 커졌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은 보증금액을 회수했을 것이다. 다만 보증을 선 HUG는 대위변제한 채권을 회수해야하는데 경매에서 낙찰이 안되니 회수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 올 초부터 HUG는 채권 일부라도 신속히 돌려받기 위해 임차인 대항력을 포기하고 임차권 인수 조건 변경부 경매를 많이 신청하기 시작했다. 채권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서다. 대항력이 없는 경매 물건은 낙찰이 되기 시작했다. 시세보다 저렴하고 인수할 금액(전세보증금)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해도 HUG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통상 감정가의 60~70% 수준에서 낙찰되는데, 채권과 낙찰가의 차액만큼은 HUG의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직접 낙찰받아 공공임대로 활용하기로 가닥 잡으면서 HUG가 경매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HUG는 낙찰받은 이 주택을 공공임대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시세 90% 수준의 전세로 최대 8년간 임대를 제공한다.
HUG 관계자는 “임차권 인수 조건 변경부 경매로 돌렸을때는 손실이 커지고 유동성이 감소해서, 요즘은 다시 낙찰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낙찰 받은 주택은 공공임대로도 공급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겠다. 시세보다 조금 더 저렴하고 장기간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주택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는 정부가 27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 방안’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세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한 후 그 주택을 공공임대로 피해자에게 장기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다. HUG 관계자는 “HUG가 매입하는 주택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들어있는 주택을 채권자가 낙찰받아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HUG가 경매시장에 참여하며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경매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빌라 경매 낙찰율은 2월달만 해도 9.8%였으나 이달(28일 기준) 20.6%로 2배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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