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친구의 사퇴 "많이 울었다" 정경배 대행, 고개 숙인 채은성도 "잠시만 슬퍼하고 이기는 게 도리" [대전 현장]

대전=안호근 기자 2024. 5. 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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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정경배 한화 이글스 감독 대행이 28일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대전=안호근 기자
"40년 친구이기도 하고... 많이 울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모시던 감독과 생이별을 한 정경배(51) 한화 이글스 수석코치는 감독 대행으로 취재진을 만났다. 위기의 팀을 수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떠안았다.

정경배 감독대행은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과 인사를 끝내고 어쨌든 선수들은 야구를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동요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만 간단히 말했다"고 밝혔다.

최원호 전 감독과 정경배 감독대행은 인천고를 함께 나온 인천 출신 오랜 친구다. 정경배 대행은 "(최원호 감독에게)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말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며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 되고 더 도움을 드렸어야 했다. 나도 코치 생활을 하면서 (시즌) 중간에 감독님이 나가신 게 두 번째다. 40년 된 친구이기도 하고 많이 울었다.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7연승과 함께 단독 선두로 시작한 한화는 거듭된 연패와 함께 지난 23일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최 감독이 사퇴를 결정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로 상승세를 타던 터였다. 그렇기에 선수단에도 이는 충격적인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정 감독대행은 "전혀 예상을 못했다.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이었을 때 감독님도 '요즘 굉장히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었다"며 "최근에는 팀이 상승세로 올라와 코칭 스태프나 선수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28일 경기를 앞두고 요나단 페라자(왼쪽)의 훈련을 돕고 있는 정경배 감독 대행.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정 감독대행은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그런 기조에 의해서 제가 뭔가를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밖에선 잘 모르겠지만 안에서(보기에)는 잘 만들어 놓으셨다"며 "그 기조에 의해서 잘 할 수 있도록 잘 해보겠다. 경험이 없으니까 뭐라고 말씀을 드리진 못하겠지만 감독님이 잘 만들어 놓으셨다고 생각한다.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정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 역할을 맡게 되며 수석 자리가 공석이 된다. 그럼에도 정 대행은 "수석 역할은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따로 수석 코치를 임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기하면서 파트 코치들과 상의하면서 운영할 것"이라며 "저도 언론을 통해 전해 듣고 있다. 새로운 감독님이 오시기 전까지 팀을 좀 잘 끌어갈 수 있도록,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장 채은성을 비롯해 류현진, 김강민 등 베테랑 선수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정 대행은 "(류)현진이하고 (채)은성이하고 고참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어린 선수들이야 사실 (이런 상황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다"며 "고참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끌어서 잘 해달라고 했다. 오히려 코치들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부탁을 했다"고 전했다.

펠릭스 페냐도 감독과 대표이사가 사퇴한 날 방출 소식이 전해졌다. 페냐는 이날 짐을 싸고 비행기에 올랐다. 정 대행은 "페냐도 일요일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때 그런 상황이 벌어져서 인사도 못하고 떠났다. 굉장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주장 채은성도 선수단을 대표해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할 얘기가 뭐가 있겠나. 감독님께서 기분 좋게 나가신 게 아니다. 선수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난 것이니 저희는 열심히 준비해서 또 이기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그게 감독님이 부탁한 것이기도 하다. 겨울부터 준비했던 목표대로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하셨다. 그것밖에 할 게 없다"고 밝혔다.

한화 이글스 주장 채은성이 28일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을 대표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대전=안호근 기자
후배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채은성은 "안타깝지만 결과물이 이렇게 난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저희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아직 포기할 단계도 아니고 남은 경기가 많다. 감독이나 사장님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하고 목표하는 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고참들과도 따로 시간을 가졌다. "(류)현진이 형뿐만 아니라 고참들과 얘기도 많이 나눴다. 저희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선수들의 몫이 가장 컸죠.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저희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난 거기 때문에 누구도 탓할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물론 최근 기세가 좋았던 터라 아쉬움은 남는다. "경기가 많이 남았고 좋은 분위기가 다져진 상황이었는데 이런 결정이 나서 아쉽지만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사장님께서 FA로 직접 데리고 오셨는데 나가신다니 마음이 좋지 않고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고 사장님도 제가 FA로 오면서 처음 뵀는데 여러 사장님들을 만나봤지만 이런 분은 못 봤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너무 진심이셨고 또 물심양면으로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잘할 수 있을까 항상 이런 생각을 하시면서 선수들과 의견도 많이 나눠주셨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항상 고민하시고 지원해 주셨는데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최원호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51경기를 치렀다. 아직도 93경기가 더 남아 있다. 당장은 눈앞의 경기가 더 중요하다. 채은성은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시고 저도 선수들에게 얘기를 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우리는 또 계속 해나가야 하기에 잠시만 슬퍼하고 오늘 경기는 최선을 다해서 이기려고 해야 한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잘 돼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최 전 감독은 훈련을 앞두고 라커를 방문해 선수단과 마지막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감독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도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변화를 통해 빨리 정상궤도에 오르려 한다. 우리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아닌 이상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며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 지금 좋은 흐름 타고 있으니 누구와 함께 하든 여러분들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최 감독은 "그렇게 하면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로 했던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리라 믿는다"며 "밖에서 응원을 많이 할테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시즌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날 김태연(지명타자)-요나단 페라자(좌익수)-노시호나(3루수)-안치홍(1루수)-채은성(우익수)-이도윤(유격수)-최재훈(포수)-황영묵(2루수)-장진혁(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문동주다.

최근 10경기 7승 2패 1무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를 잠재우며 중위권 도약을 향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채은성(왼쪽)과 최원호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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