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바뀌면 삶도 달라진다…서울 성동구의 ‘노후돌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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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에 없을 때는 우리 할아버지(남편)한테 화장실 가지 말고 그냥 바지에 싸라고 했어. 넘어지면 하늘나라 가니까."
염점순(76)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과 서울 성동구 행당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8년째 세 들어 산다.
염씨의 집도 그 중 하나다.
성동구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염씨는 "지하를 벗어나 경사 없는 집에서 평평하게 사는 게 꿈"이라면서도 "행당시장과 친구들이 있는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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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7.2% 연간 1회 이상 낙상위험 경험 반영
“내가 집에 없을 때는 우리 할아버지(남편)한테 화장실 가지 말고 그냥 바지에 싸라고 했어. 넘어지면 하늘나라 가니까.”
염점순(76)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과 서울 성동구 행당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8년째 세 들어 산다. 거동이 쉽지 않은 남편이 눈에 밟혀 모처럼 외출했다가도 금세 발걸음을 돌렸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염씨가 지난 4월 이후로 남편 걱정을 조금 덜었다. 성동구청이 벌이는 화장실 개선사업 덕분이다.
성동구는 최근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오래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지역사회 지속거주·AIP) 개념을 ‘낙상 방지 정책’으로 현실화시켰다. 노인들이 편하고 안전한 노후를 보내도록 여러 지원정책들을 고민하고 검토한 결과다. 성동구는 ‘낙상’을 노인 가구의 건강한 노후에 방해가 되는 핵심 위협으로 봤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낙상은 65살 이상 노인 중 7.2%가 지난 1년 동안 한 차례 이상 경험했을 정도로 노인에게는 일상적인 위험이다. 65~69살 4.5%, 75∼79살 9.5%, 85살 이상 13.6% 등 나이가 많을수록 낙상률도 높다.
성동구는 올해 들어 39가구에 낙상 방지를 위한 안전 시설을 설치했다. 염씨의 집도 그 중 하나다. 염씨는 기자에게 화장실 문부터 열어 보여줬다. “예전엔 물기가 조금만 있어도 죽죽 미끄러졌거든. 근데 안 미끄러운 타일로 바닥을 싹 바꾸니 너무너무 안심이 돼.” 염씨가 특히 마음을 졸였던 건 남편 조희완(90)씨의 어지럼증이었다. 이젠 아니다. 늘 불안했던 화장실의 높은 문턱도 더는 걱정거리가 아니다. 새로 놓은 문턱 아래 계단과 문옆 안전손잡이 덕분이다. “겨우 무릎 높인데 나이를 먹으니, 그게 뭐라고 종종 발이 삐었어. 이젠 걱정 없어.”
미끄럼 방지 타일부터 노인의 약한 다리 힘을 고려한 계단에 안전손잡이까지, “얼핏 보면 별 것도 아닌 게” 사람 마음을 녹였다. 성동구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염씨는 “지하를 벗어나 경사 없는 집에서 평평하게 사는 게 꿈”이라면서도 “행당시장과 친구들이 있는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낙상방지를 위해 아예 샤워실을 만든 곳도 있다.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 반지하에 사는 임용호(86)씨 집이다. 임씨 집엔 씻을 곳이 없어 계단을 올라 마당으로 나가야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길에서 넘어진 뒤 계단이 무서웠다. “똑바로 걷는데 삐뚤게 걷는 느낌이 들어, 문을 나서는 게 어렵다니까. 근데 구청에서 샤워실을 다 만들어주네.” 안전손잡이를 잡아 흔들어보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성동구는 올해 한국해비타트와 협력해 낙상 방지 집수리(100가구)와 낙상 방지 용품 지원(350가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동형 AIP 주거개선사업’을 진행한다. 상반기에는 화장실 개선에 초점을 뒀다면 하반기엔 문턱 제거와 단차·경사 줄이기에 더해 문을 미닫이형으로 교체하거나 손잡이를 잡기 편한 형태로 바꾸는 등 낙상 방지를 위해 집안 곳곳을 깎고 더한다. 이날 현장에 함께 한 문은정 성동구 주택정책팀장은 “우리 구에선 노인 정책의 최종 목표가 지역사회에 건강하게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란 고민을 지난해부터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노인 낙상 방지’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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