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⅓이닝 5실점' 에이스의 최악투에도…국민타자의 굳건한 믿음 "실력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실력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는 지난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투구수 78구, 5피안타(3피홈런) 4볼넷 5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2020시즌 두산 베어스에서 20승 3패 평균자책점 2.54로 활약한 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했던 알칸타라는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지난해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다. 알칸타라는 31경기에 등판해 무려 192이닝을 먹어치웠고,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올 시즌에 앞서 총액 150만 달러(약 20억원)의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일본에서는 불펜으로 뛰었지만, KBO리그로 돌아온 후에는 선발로 보직을 전환하면서 엄청난 이닝을 소화했던 만큼 알칸타라는 이승엽 감독의 배려 속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덕분에 알칸타라는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라이브피칭만 한차례 소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칸타라가 시즌을 준비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알칸타라는 지난 3월 23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이후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도 5⅓이닝 3실점(2자책)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남겼다.
특히 알칸타라는 지난달 4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8이닝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고, 10일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에서 첫 승리를 손에 넣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알칸타라가 한화전이 끝난 뒤 한차례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한 것. 이 때문에 이승엽 감독은 알칸타라가 한차례 등판을 건너 뛸 수 있도록 배려했고, 알칸타라는 휴식을 취한 뒤 11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고,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그런데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알칸타라가 또다시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한 것. 국내 병원 검진 결과 오른쪽 팔꿈치 '염좌' 소견이 나왔는데, 알칸타라는 미국 주치의에게도 검진을 받기를 희망했다. 이에 지난 3일 미국으로 건너가 검진을 받았고, 국내 의료진과 같은 소견을 받은 결과 지난 26일 KIA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르게 됐다. 약 한 달이 넘는 공백이 있었던 만큼 알칸타라의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다.
알칸타라는 1회 선두타자 박찬호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출발했으나, 후속타자 김도영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성범에게 4구째 134km 포크볼을 공략당해 선제 투런홈런을 허용하더니, 후속타자 최형우에게도 6구째 134km 포크볼에 백투백 홈런을 맞았다. 시작부터 3점을 내준 알칸타라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투구를 거듭했지만, 이어나온 김선빈과 변우혁을 모두 땅볼로 묶어내며 힘겹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실점은 계속됐다. 알칸타라는 2회에도 선두타자 한준수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1사 1루에서 박찬호에게 투런포를 맞아 5실점째를 기록했다. 그래도 긍정적이었던 것은 홈런 세 방을 맞은 후 안정을 찾았다는 것. 알칸타라는 김도영을 3루수 뜬공, 나성범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매듭지었고, 3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최형우-소크라테스-김선빈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묶어냈다. 그리고 4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알칸타라는 선두타자 변우혁에게 볼넷, 한준수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타자 최원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승엽 감독은 알칸타라의 투구를 어떻게 봤을까. 사령탑은 28일 잠실 KT전에 앞서 알칸타라에 대한 질문에 "괜찮았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이승엽 감독은 "원래 70구가 예정돼 있었는데 본인이 '80구까지 던지겠다.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 100개까지 던질 수 있다'고 하더라.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한 달을 쉬었는데, 원래의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흡족해했다.
"제구도, 공에 힘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80구를 소화하고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아직 90경기 이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던 알칸타라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속도 최고 154km가 나왔다. 다만 평균구속이 조금 안 좋았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래 쉬었기 때문에 구속의 문제를 단 한 경기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일단 몸 상태에 문제가 없으니 토요일(6월 1일) 등판을 생각하고 있다. 보고를 받아 봐야겠지만, 정상적으로 준비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복귀전에서는 최악의 투구를 남겼지만, 실력적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사령탑의 설명이다. 이승엽 감독은 "갑작스럽게 작년의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좋겠지만, 그래도 그저께보다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알칸타라는 스피드도 좋지만, 제구력도 갖추고 있는 선수다. 그저께는 제구가 좋지 않아서 1회에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알칸타라의 실력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다.
알칸타라가 미국 검진을 요청하고 했던 당시 사령탑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에 "외국인 선수들이 속을 썩이는 등 팀 케미는 문제가 없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겠나. 나도 외국인 신분으로 8년을 뛰어봤다. 복귀해서 이제 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며 "우리는 가족이다. 패밀리"라고 활짝 웃었다.
이날 두산에는 한 가지 희소식이 찾아왔다. 바로 허경민이 타격 연습을 소화했다는 것. 사령탑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허경민이 타격 연습을 했다. 다만 공을 던지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다. 일단 내일(29일) 검진을 받는다고 하더라. 검진 결과에 따라서 훈련 강도를 높이면서 복귀 시점을 잡아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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