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원조 일본의 성공비결…"광범위한 구조개혁"

송재민 2024. 5.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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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 28일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 개최
호리모토 일본 금융청 국장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설명
"가계자산 자본시장 유입·해외투자자 유입·세제 혜택 등"
금융투자협회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자본시장 밸류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 세미나를 연 가운데 일본 금융청 국장이 일본 증시 밸류업 방안과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투자와 노동시장 개혁, 스타트업과 자산운용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을 통해 과거 일본 주가 고점을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자산운용 업계와 학회에서 자본시장 밸류업 방안을 제안했다.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나 상속세·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자산운용 통한 개인투자 확대"

금융투자협회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와 관련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본의 성공 사례와 국내외 전문가 제언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밸류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세미나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이후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강민국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 홍성국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축사로 이어졌다.

서유석 금투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자본시장 밸류업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시대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경제 선순환 정책이며,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대승적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축사에서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법제화를 통해 경영판단 원칙을 명료하게 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투자소득세를 과거 기준대로 강행할 경우 1400만 개인투자자의 우려와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복현 금감원장 "금투세 강행시 1400만 개인투자자 혼란 가중"(5월28일)

이어진 본 세미나에선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금융청 국장이 '일본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의 주요 내용과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호리모토 국장은 먼저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이라는 큰 틀 아래 밸류업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은 크게 2개의 컨셉으로 이뤄졌다. 

호리모토 국장은 "첫 번째 컨셉은 성장과 분배의 양립, 그리고 선순환"이라며 "기업의 성장이 임금이나 금융소득으로서 가계에 환원되고 그것이 다시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으로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사회적 과제의 해결과 경제 성장의 양립이다. 그는 "탈탄소, 고령화, 지방 소멸 등이 일본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사회 과제이자 일본 경제의 발목을 꼽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며 "기시다 정권에서는 이런 사회적 문제를 새로운 경제 성장으로 연결해 나갈 기회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러한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컨셉을 바탕으로 △중점적인 투자 △스타트업 활성화 △노동시장 개혁 △자산운용 실현 입국 계획을 4가지 개혁 포인트로 꼽았다. 

호리모토 국장은 "중점적인 투자는 민간과 기업, 관이 협력해서 과학기술과 혁신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침체해있던 투자를 상향 곡선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라며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계속 생길 수 있도록 5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 시장 개혁을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을 향상하고 직무형 임금 체계를 도입하는 등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마지막은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을 예금에서 투자로 전환하는 것(자산운용 입국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특히 기시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산운용 입국 계획'이 증시에의 효과가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을 발표하자 3만2000선에 머물던 닛케이225 지수는 약 3개월 사이 4만선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 주가가 피크였던 1989년(3만9000)도 넘어섰다. 

호리모토 국장은 자산운용 입국 계획의 성공 요인을 3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가계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구조적 개혁이 있었다"며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해외투자자에 대한 긴밀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 인센티브, 금융교육 등 정책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유효했다"고 덧붙였다.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 면제 방안도 함께 들여와야"

전은조 맥킨지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한국 자본시장의 밸류업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그는 정량적 분석 결과 한국 기업들의 저평가 현상은 실증적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해 시장참여자별의 역할을 제언했다. 가령 △상장기업은 자본효율성 제고를 비롯한 이익 지표와 정성적 지표 개선에 노력하는 한편 기업의 전략·활동에 대한 소통에 나서고 △기관투자자는 책임있는 인게이지먼트(관여) 활동과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소통에 노력해야 하며 △정부는 세제 등 제도적 논쟁 사항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지산 키움증권 상무는 한국 증시 밸류업을 위해 4가지 사항을 제언했다.

김 상무는 "배당 소득 분리과세나 자사주 소각에 대한 법인세 혜택 등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보는 게 맞다"라며 "이에 앞서 밸류업 투자 펀드 소득공제 혜택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ISA) 한도 확대 등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확대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비대면 계좌 개설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 공시 내용을 단순화하고 증권사의 기업금융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언급한 '이사회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 확대하는 방안'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 확대하는 방안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라면서도 "해외처럼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했을 경우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도 함께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거버넌스의 핵심적인 문제는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 이해 충돌이 있고 지배주주들이 특히 승계를 위해서 상장 기업의 이익이 편취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일본과는 다른 부분이라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속세 개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창업주 입장에서는 승계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때문에) 불편해한다"라며 "실제로 창업주가 '주가 오르면 뭐가 좋은지'에 대해 질문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밸류업이 성공하려면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와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상속세 개편과 함께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당소득을 여타 종합소득세와 분리해 과세함으로써 배당소득세가 줄어들면 실질 배당액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다만 박 교수는 상속세에 대해 "당장 개편은 어렵다"면서도 "할증 과세 부분이라도 없애는 것과 관련된 논의도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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