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지기 친구, 많이 울었다. 그냥 미안하다"…눈물 글썽인 정경배 대행, 예상 못했던 최원호 감독 사퇴

김민경 기자 2024. 5. 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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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정경배 감독대행 ⓒ 대전, 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 정경배 감독대행과 최원호 전 감독은 40년지기 친구 사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40년지기 친구기도 하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냥 미안합니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정경배 한화 이글스 수석코치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감독대행을 맡는 소감을 밝혔다. 한화는 28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부터 정경배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른다.

한화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대전 LG 트윈스전)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알려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LG전에 4-8로 지면서 올 시즌 처음 최하위로 떨어졌다. 3월 성적 7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며 올해는 한화의 봄이 찾아오나 싶었는데, 4월부터 긴 연패가 반복되면서 최하위권까지 급히 추락했다. 시즌 출발이 워낙 좋았기에 추락 폭이 더 크게 느껴졌고, 올 시즌 에이스 류현진의 합류로 엄청난 전력 강화를 기대했었기에 상실감은 더더욱 크게 다가왔다. 최원호 전 감독이 자진사퇴를 결심한 배경이다.

한화는 28일 현재 시즌 성적 21승29패1무로 8위에 올라 있다. 5위 NC 다이노스(27승24패1무)와는 5.5경기차다. 남은 시즌 93경기가 남은 것을 고려하면 가을야구를 포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한화는 일단 손혁 단장을 중심으로 새 감독 선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고, 당분간은 정경배 감독대행이 선수단 분위기 수습과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 대행은 최 전 감독과 직장 동료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 더 각별한 사이였다. 그래서 최 전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오른팔인 수석코치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유난히 무거웠다.

정 대행은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 했고, 더 도움을 드렸어야 했다. 나도 코치 생활을 하면서 중간에 감독님이 나가신 게 2015년에 이어 2번째다. 또 (최원호 전 감독은) 40년지기 친구기도 하고, 많이 울었다. 그냥 미안하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 연승 흐름을 타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기에 더 예상할 수 없었던 구단의 결정이었다. 정 대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조금 더 안 좋은 상황이었을 때는 감독님께서 굉장히 힘들다고 말씀을 하셨고,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팀이 상승세로 올라왔다. 그래서 코치진이나 선수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최 전 감독은 이날 오후 1시쯤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찾아 구단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라커룸에서 선수단과 미팅을 진행하면서 포기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최 전 감독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도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변화를 통해 빨리 정상궤도에 오르려 한다. 우리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아닌 이상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며 선수들이 감독 사퇴의 부담을 느끼질 않길 바랐다.

▲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과 함께 물러난 박찬혁 대표이사 ⓒ 한화 이글스

최 전 감독은 이어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누구와 함께하든 여러분들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로 했던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리라 믿는다. 밖에서 응원 많이 할테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시즌에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격려하고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정 대행은 최 전 감독의 뜻을 이어 받아 팀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게 빠르게 수습하는 게 목표다. 정 대행은 "감독님 인사 끝나고 선수들은 어쨌든 야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동요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그렇게 간단하게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그런 기조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밖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안에서 봤을 때는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 놓으셨다. 감독님의 기조를 이어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나도 경험이 없어 뭐라 이야기하지 못하겠지만, 감독님이 잘 만들어 놓으셨다고 생각한다. 그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김태연(지명타자)-요나단 페라자(좌익수)-노시환(3루수)-안치홍(1루수)-채은성(우익수)-이도윤(유격수)-최재훈(포수)-황영묵(2루수)-장진혁(중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문동주다.

정 대행은 선수단 고참인 류현진과 주장 채은성 등을 따로 불러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줄 것을 당부했다. 정 대행은 "아까 (류)현진이 하고, (채)은성이 하고, 그래도 나름 고참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사실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고참 선수들은 조금 알고 있어야 하니까. 고참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좀 잘해 달라고 했다. 코치나 이런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부탁을 했다"며 새 사령탑이 선임되기 전까지 흔들리지 않고 지금 상승세를 이어 가길 바랐다.

▲ 정경배 코치 ⓒ 스포티비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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