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의역부터…우리가 선 곳을 ‘다크투어’로 만든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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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건대입구역 방향으로 향하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
8년 전 이날 스크린도어를 혼자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열아홉살 하청 노동자 김씨의 죽음을 기리는 메모가 빼곡하게 나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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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김군에게 안전한 일터를”
신당·이태원·신길역도 찾아가
‘어쩌면 나, 우리의 가족, 친구일 수도 있었던 사건’, ‘구의역 산재 사망 8주기. 지금도 진행 중’ ‘다음 김군에게 안전한 일터를!’
28일 건대입구역 방향으로 향하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 8년 전 이날 스크린도어를 혼자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열아홉살 하청 노동자 김씨의 죽음을 기리는 메모가 빼곡하게 나붙었다. 수십 송이의 국화 사이로 마지막 순간 그의 가방에 들어 있었던 컵라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이날 구의역 김씨 사망 8주기를 맞아 ‘안전하지 않은’ 일터이자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구의역을 비롯해 신당역(역무 노동자 스토킹 살인), 이태원역(이태원 참사), 신길역(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망)을 찾는 ‘다크투어’를 진행했다.
투어의 출발점이 된 구의역에서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위원장은 “잘 살펴보면 우리가 서 있는 곳곳이 다크투어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참사 현장을 만든 설계자들을 기억하고 주목해야 한다. 돈 많은 기업과 돈 때문에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서울시, 산재 사망을 그냥 방치하는 정부가 다크투어의 설계자들”이라고 짚었다.
8년 전 김씨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 특성화고 청년의 노동 환경, 허울뿐인 안전 매뉴얼 등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이후 김군 동료들은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이 되었고, 안전에 있어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이뤄졌다. 다만 이날 다크투어 참석자들은 인력 감축과 외주화 등 ‘8년 전으로의 회귀’가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공공부문 경영효율화’를 명분으로 2212명의 대규모 인력 감축과 비핵심 업무에 대한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양규 서울교통공사 노조 노동안전국장은 “당장 정비나 수리할 때 인원이 부족하지 않지만, 감원이 이뤄지면 부족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열차가 고장났을 때 조치를 하는 인원이 현재 대략 200명 가까이 되는데 이중 3분의2 정도를 외주로 돌리겠다고 한다”며 “그렇게 되면 (당시) 구의역 때처럼 인원이 줄어들고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7∼23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6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의식 설문조사를 보면, ‘최근 3년 사이 업무 매뉴얼에 따라 일할 인력이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0%에 그쳤다. 또 ‘안전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비 투자나 대책이 강화됐다’고 응답한 비율도 23%에 그쳤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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