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생토론회 거부한 광주시의 ‘굴욕’…강기정 “조속히 열어 달라”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5. 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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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지역방문 감감무소식에 직접 대통령실 찾아가 ‘요청’
개최시기 안갯속, 현안 해결 동력 약화…“민생토론회 거부 아냐”
시민사회 “문제의 근본은 강기정 시장의 몽니에 있어” 볼멘소리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이 최근 용산 대통령실을 전격 방문해 광주 민생토론회의 조기 개최를 요청하며 한껏 몸을 낮췄다. 강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의 광주전남 공동 개최에 대한 불만을 핑계로 불참을 선언한지 50여일 만이다. 자치단체장이 지역 현안 건의를 위해 세종시 정부 부처가 아닌 대통령실을 찾아 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절박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10 총선 전후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열린 대통령 주관 민생토론회 개최 일정조차도 잡히지 않으면서 광주시의 수두룩한 현안사업의 지체현상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읽힌다. 

강 시장은 여의도 정치인 시절 여야 정당 사이 대립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는 등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 '직진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선 8기 광주시장직에 오른 뒤에 강 시장의 '직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특히 지역정가에서는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보이콧을 놓고 '정치인 출신의 소신 있는 행동'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자체 단체장답지 않은 돌출행동'이란 비난이 동시에 제기된다. 그럼에도 강 시장이 정치와 실리 사이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명쾌하게 이해될 수 없는 명분 때문에 지역 현안 해결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는 지적이 좀 더 우세해 보인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1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과 차담회를 갖고 무안군민에게 보내는 '약속의 편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몽니 vs 소신…못 말리는 강기정의 '직진' 

애초 광주 민생토론회도 3월 일정이 잡혀있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단독이 아닌 전남도와 공동 개최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공동 개최는 형평성에 맞지도 않고 시민들이 원하지도 않고, 광주에는 광주의 현안이 있고 전남에는 전남의 현안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강 시장은 민생토론회 개최 사흘을 앞둔 3월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역자치단체별로 개최돼온 민생토론회가 현안이 다른 광주와 전남만 공동으로 개최된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명백히 광주시와 전남도의 현안이 다른 상황에서 공동 개최 이유가 없다는 게 강 시장의 입장이다. 

광주시는 전남도와 공동을 하게 될 경우 군공항 이전 문제나 광주·전남 반도체 공동 특화단지 등 공통 이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대통령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토론회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광주시와 전남도의 공동현안인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민생토론회가 공동으로 열린다면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대통령실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주지 않아 결국 공동 개최를 거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남과 공동개최 핑계 '거부'…광주 개최 '하세월'

이런 명분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가 당면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광주시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강 시장이 직접 대통령실을 찾아가 건의했을까. 강 시장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김명연 정무1비서관을 차례로 면담하고 해결이 시급한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협조를 요청했다. 

강 시장은 이날 정진석 비서실장 등에게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대한민국 인공지능 대표도시, 복합쇼핑몰 유치, 도심 광주공항 이전 등 핵심 공약과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 지역 숙원사업이 추진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통령과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집중 건의했다.

무엇보다 강 시장의 이번 용산 방문은 민생토론회 조기 개최에 방점이 찍힌다. 강 시장은 이날 "대통령과 함께 광주의 민생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민생토론회를 조속한 시일 내 마련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강 시장의 바람대로 아직 토론회가 열리지 않은 광주에서도 조만간 열려 지역 현안 해결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민생토론회 개최 여부는 안갯속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멈췄던 민생토론회를 이어가겠다고 말한 지 2주가 넘었지만 지역 방문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과 민생토론회와 관련 협의 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일정을 안내받지는 못했다"면서 "연락이 오는 시점과 상관없이 지난 2월부터 우리 쪽에서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경기도 용인에서 시작한 민생토론회를 총선을 한달 남긴 시점까지 모두 24차례 해왔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광주와 전북, 제주, 경북 등 4곳에서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총선 정국에서 관권선거라는 비난과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특혜 시비들이 불거지면서 잠시 중단됐다. 

개최한 전남, 성과 '뚜렷'…거부한 광주, 현안 지체 '심각' 

일찌감치 민생토론회를 연 전남도는 꽤나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윤 대통령은 3월 14일 전남 무안 전남도청에서 열린 제20차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전남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영암-광주 47㎞구간 초고속도로 건설 추진', '전라선 익산~여수 구간 고속화를 통한 전남 남해안권 접근성 확대', '우주산업 거점 육성', '늘봄학교 운영'등 구체적 밑그림도 제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어느 대학에 할지만 정해주면 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전남지역 30년 염원인 국립 의대 유치에 힘을 실어줬다. 물론 의대설립까지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가능성을 언질 받았다는 점에서 전남도는 크게 반색했다.

반면 광주시는 강 시장의 소신 행동으로 단독 개최의 길을 열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광주 민생토론회 성사 여부부터 고민거리다. 기약없는 정부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시기와 장소를 다시 결정하는 데 꽤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내심 정부 예산 편성이 수립 중인 6~7월 안에 열리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광주 방문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관측된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성향을 보면 당장이라도 시작될 수 있는 것이 민생토론회지만, 지금 기재부의 예산심사가 이뤄지고 있고, 편성이 오는 8월에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설령 빠른 시일 내 성사가 된다 해도 올해 초에 비해 대통령이 내놓을 '선물'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광주시는 연초 보다 예산정국을 앞두고 열리는 게 현안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총선 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 텃밭인 광주 정치지형이 재확인되면서 여당의 '밑 빠진 독에 퍼붓기격' 서진정책에 대한 보수진영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여기에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야하는 기획재정부의 견제도 광주시의 희망과 달리 '통큰 지원'을 발목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먼저 방문한 지역에서 약속한 공약들을 다 지키기 위해선 단순 수치적 계산만 따져도 1274조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통상 업무계획까지 더하면 16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이 든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姜 몽니(?)에 6000억 광주도시철도 '빨간불' 논란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AI 집적단지) 내에 세계적 수준의 국가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서비스를 시작했고, 인공지능 집적단지 2단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신속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 5·18 헌법 전문 수록, 복합쇼핑몰 관련 교통대책 등도 주요 현안이다. 

하지만 광주의 지역 현안은 당분간 추진 동력을 얻기 힘들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민생토론회는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문제처럼 일반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정책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광주 지역에서 민생토론회를 다시 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관련 현안 역시 속도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장 광주시에 새로 들어설 복합쇼핑몰과 광주 도심을 연결하는 6000억원 규모 도시철도 건설 사업이 강시장의 몽니로 성사 직전에 좌초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대통령실이 3월 광주·전남 공동 민생토론회에서 이 사안을 긍정적으로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강 시장이 행사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대통령실은 최근 광주 도시철도 건설 사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광주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도시철도의 필요성을 밝혔지만 국토교통부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나타냈다. 광주시는 민생토론회 준비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도시철도 건설을 직접 요청했고, 대통령실은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효과가 크다면 추진해보자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는 후문이다. 중앙정부와 광주시가 3000억원씩 부담하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이 같은 방침은 광주시에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정가에서 강 시장이 이해할 수 없는 명분 때문에 6000억원 규모의 지역 현안 해결을 걷어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 시장은 광주 단독 민생토론회가 아니라는 점을 불참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강 시장이 중앙정부와 손잡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강 시장은 2022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광주를 찾아 복합쇼핑몰 건설을 공약으로 내놓자 "이해가 가지 않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가 윤 대통령 취임 후엔 "국가 주도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시민사회 "정무감각 글쎄…명분 좇다 실리 놓치는 꼴"

대통령 민생토론회를 연 전남도와 광주시의 현안 해결 '속도'에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면 일각에선 문제의 근본이 광주시장의 몽니에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논평을 내어 "강 시장은 광주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겠단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강 시장은 민생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더 이상 광주를 불행하게 이끌어가지 않길 바란다"고 몰아세웠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강 시장이 시민 이익 우선이라는 시각에서 일해야 하는데 하는 것을 보면 정무감각에 회의감이 든다. 민생토론회 개최 시기의 실기(失機)는 형식에 얽매여 실리를 놓치게 된 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대로 뒷받침해야 할 참모들도 문제지만 근본적 문제는 강 시장한테 있다"며 "3선 국회의원에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라서 기대가 컸는데 준비가 덜 돼 있고 고집을 부리며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 강 시장이 사이다 발언과 행동으로 지역민과 민주당 지지자들에 일시적으로나마 만족감을 주는 것보다, 낙후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광주시 수장으로서 국고 예산 확보와 정부 정책 결정에서 최대한 배려 받는 게 광주시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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