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된 네이버 日 라인야후 통합계약…소뱅측 이사 1명 더 많았다

최은수 기자 2024. 5. 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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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로 소뱅측 우호인사 합류…사실상 이사회 장악
국적 논란·라인 손실 감수한 결정인 듯
[서울=뉴시스] 지난 2021년 3월에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 A홀딩스를 설립했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의 물밑 지원을 받으며 네이버로부터 라인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라인야후 지주사 'A홀딩스' 이사회를 소프트뱅크가 장악한 배경은 경영통합 당시 체결한 계약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본지가 확보한 지난 2019년 12월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체결한 라인과 Z홀딩스 경영통합 최종계약 자료에 따르면 A홀딩스 이사원 수를 5명으로 하고, 그 중 3명을 소프트뱅크가, 다른 2명을 네이버가 각각 지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홀딩스의 대표 이사는 2명으로,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1명씩 지명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이 최종 계약은 지난 2019년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이자 야후 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 경영 통합 과정에 따른 것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공개 매수를 진행한 뒤 라인은 합작회사(JV)가 되고 상장폐지됐다. 합작회사 의결권 비율은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각각 50:50이다. 합작회사는 다시 결합회사 Z홀딩스 산하에 라인과 야후재팬을 뒀고 2년 뒤인 2021년 합작회사명은 A홀딩스로 출범했다.

현재 A홀딩스는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 투자 책임자)와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회장이 각각 A홀딩스 대표이사 회장과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사내이사는 최수연 네이버 CEO(최고경영자), 황인준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미야가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 후지와라 카즈히코 소프트뱅크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으로 구성됐다. 네이버 측 인사와 소프트뱅크 측 인사 2명씩 구성된 것이다.

나머지 이사 1명은 고시바 미쓰노부 사외이사로, JSR 전 명예회장이다. 고시바 미쓰노부는 2021년 Z홀딩스 와 라인, 야후의 경영통합에 따라 A홀딩스 사외이사에 취임했다.

이밖에 감사원에는 김남선 네이버 CFO, 나이토 타카시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감사역 2명으로 양사 인사로 1명씩 구성됐다.

즉, 고시바 미쓰노부 사외이사가 소프트뱅크가 지명한 우호 인사로 분류되는 것이다. 고시바 미쓰노부 사외이사는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는 일본 JSR에 입사해 대표이사 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및 내각부 지식자 회의 위원으로 경제와 안보 관련해 자문 역할도 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 측 우호 인사로 사외이사가 선임된 것을 두고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부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해 대주주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 등 기업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해당 계약에서 A홀딩스 주식은 해당 합작 계약에 별도로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상대방 당사자의 사전 서면 승인 허가를 얻지 않고 보유한 주식 양도 등을 할 수 없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또 당시 이해 상충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도쿄 증권 거래소 독립 임원들로 신고된 일본인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경영통합을 검토한 것도 확인됐다. 경영 통합 검토 과정에서 일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이해관계를 가진 이사를 제외하기 위해 이해진 GIO와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회장 등도 양사의 경영 통합 계약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최종 계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확정계약이다. 일본어로 체결됐으며 일본법을 준거법으로 한다. 발생하는 일체의 분쟁에 대해서는 동경지방재판소를 제1심의 전속적 합의관할법원으로 한다.

경영 통합 당시 A홀딩스 이사회 구성인원을 홀수로 두고 2:3(네이버:소프트뱅크) 구조로 출발하기로 협의한 것은 처음부터 실질적 경영권이 소프트뱅크에 주어졌다는 의미다. 경영통합 계획 발표 당시 이 GIO가 맡았던 A홀딩스 이사회 의장도 경영통합을 마친 후인 지난 2021년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당시 CEO가 맡게 됨으로써 네이버 측의 이사회 견제도 어려워졌다.

인수합병 및 지분 매각, 이사 해임, 합병, 자회사 설립 등 회사 업무 중요사항은 이사회 결의사항이다. 양사가 지분을 50%씩 보유했지만 중요 경영 사항에서 네이버에 불리하게 작용해왔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소프트뱅크의 경영권 장악 시도는 최근 불거진 라인사태에서 네이버를 더욱 몰아세우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4월 지난해 발생한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빌미로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앞서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결산 발표회를 통해 "A홀딩스 이사회 비율은 소프트뱅크가 더 높은 상황"이라며 "이미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를 컨트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협상 과정에서 이사회 지배력을 양보한 배경에는 라인의 국적 논란이 벌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해진 GIO와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9년 11월 경영 통합을 결정한 후 일본 정치권이 국적 문제를 물고 늘어지자 최종 계약 체결 과정에서 소프트뱅크의 요구를 들어준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소프트뱅크 산하 기업으로 편입하면 한·일 갈등이 달아오를 때마다 불거질 수 있는 국적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어서다.

아울러 당시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이 2018년 적자 전환한 뒤 지속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하자 이에 대한 돌파구로 경영 통합을 결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영 통합 이후 네이버는 라인에 대한 수익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를 바뀌었고 장부가액으로 반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경영권을 갖는 대신에 네이버가 기술개발권을 갖는 이면계약이 있다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기술개발권에 라인 데이터가 포함됐다면 소프트뱅크와 협상에서 네이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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