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카카오가 '동네북 플랫폼' 된 이유

김동훈 2024. 5. 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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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 지위 탓에 강한 규제

한국과 일본 양국의 대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라인'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들은 2010년대 초 등장해 양국 최대 모바일 플랫폼 지위를 순식간에 차지하고 10년 넘게 성장해왔으나, 최근 잇단 내부 문제와 정부 제재 등으로 벼랑끝에 몰렸다.

혜성처럼 등장해 '급성장'

카카오톡이 2010년 3월 출시될 당시 글로벌 시장엔 왓츠앱(페이스북 인수), 국내엔 앰엔톡(인포뱅크)과 같은 기존 플레이어 외에도 쟁쟁한 도전자들이 많았다. 삼성전자(챗온)·SK컴즈(네이트온톡)·네이버(네이버톡)·KT(올레톡)·다음(마이피플)·틱톡(SK플래닛이 인수) 등이다.

그럼에도 카카오톡은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왕좌를 놓치지 않았다. 시장에 재빨리 진입해 선점한 뒤 수요가 수요를 부르는 '네트워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성급하게 별다른 수익 모델을 붙이지 않고 소통 기능에만 집중하면서 팬심을 잡았다.

서버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작은 회사임에도 계속해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콘셉트에 더해 카카오톡 때문에 망 부하 문제를 겪는다는 이동통신사와의 대척점에 서면서 '혁신'의 아이콘으로도 불렸다.

이후 카카오는 포털 사이트 다음 등 다른 인터넷 플랫폼을 인수·합병(M&A)하는 대형 사업자로 성장했고 게임과 쇼핑, 금융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수익성도 높여왔다.

네이버의 라인은 카카오톡이란 국내 최강자와 싸움을 피하고 '블루오션'을 찾았다. 2011년 일본에 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제공하던 네이버톡 서비스를 2012년에 중단하고 일본 시장에 집중했다.

세월이 흘러 카카오톡과 라인은 한일 양국에서 없어선 안 되는 모바일 플랫폼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했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로 불릴 정도가 됐고, 라인 역시 일본 국민 대다수에 해당하는 9700만명이 쓰고 있다. 라인의 경우 동남아 시장까지 합하면 2억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한 글로벌 메신저로 떠올랐다.

라인이 일본에서 성공한 비결로는 흔히 '타이밍'을 꼽는다. 라인의 현지 진출 당시 일본은 여전히 이메일이 온라인 소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곳이었기에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은 혜성과 같았다.

무엇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통신두절 사태가 발생했을 때 라인이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신뢰를 쌓고 뿌리를 내렸다. 라인 역시 시장 선점과 네트워크 효과에 더해 빠르게 성장을 거듭했다. 일본 사용자들은 라인이 한국 기업인지 모를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 노력도 더해졌다.

산이 높은 만큼 깊은 골짜기

라인의 이같은 현지화가 부족했던 것일까. 최근 일본 정부는 라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유출을 이유로 네이버와 연결고리를  끊으라는 압박에 나섰다.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이 50%가량 되는 까닭에 네이버클라우드 등이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없다는 취지다.

라인은 2019년 소프트뱅크 산하의 야후재팬을 우군으로 맞이하기로 결정하고 2021년 경영통합 과정을 거쳤다. 이사회 구성 등을 보면 경영권을 소프트뱅크가 행사하도록 한 상태였음에도 일본 정부는 지분관계 등 추가적인 조치를 고려하라는 압박을 내놓은 것이다.

카카오 역시 언제부턴가 '창사이래 최대위기'라는 수식어가 연일 따라붙는다. 카카오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탓에 카카오 법인과 주요 경영진뿐 아니라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도 조사 대상이 되면서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매출을 고의로 부풀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022년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탓에 카카오톡이 불통됐을 때도 CEO(최고경영자) 교체 카드를 꺼내 급한불을 껐으나, 이번 사안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와 라인이 겪는 위기의 공통점은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이 되면서 정부 규제의 수위가 어느때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산이 높은 만큼 골짜기가 깊은 것이다.

더군다나 사업 초기에 이 회사들이 겪은 위기와 가장 큰 다른 점은, 정부 제재를 떠나 플랫폼 경쟁력의 기본이 되는 여론이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는 대목이다.

카카오·라인, 조여오는 규제 

이런 점을 잘 아는 라인과 카카오는 사용자 신뢰를 회복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일단은 내부 쇄신에서 찾고 있다. 경영진 교체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정신아 신임 대표 체제가 출범하고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라인의 경우 신중호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를 이사회에서 빼면서 일본인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했다.

카카오의 김범수 위원장은 "카카오는 이제 전 국민 플랫폼이자 국민 기업이기에,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며 "오늘날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다만 과한 정부 제재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원을 부과하자 카카오는 부당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라인은 이번 이슈가 외교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으론 라인야후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었던 사실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는 등 출구전략도 계획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선 라인에 쇼핑이나 선물하기 등 수익모델을 쉽게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일본 국민 다수가 쓰는 서비스란 이유로 규제는 더 강화되고 있어 현상유지와 지분매각 등 어떤 방향이 이득인지 면밀히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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