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2000명 매몰’ 참사에 정치·부족 갈등 덮쳐…“전염병 발발 우려”

김서영 기자 2024. 5. 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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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파푸아뉴기니 엥가주 얌발리 마을에서 27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수색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대규모 산사태가 덮친 파푸아뉴기니에서 추가 붕괴와 질병 확산 우려가 번지고 있다. 총리 불신임 투표로 비화된 정치 불안정과 부족 갈등 탓에 구조 작업이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 엥가주 산디스 차카 행정청장은 산사태 현장에서 흙과 암석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추가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졌다며 주민 7900명 대피 작업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시간 바위가 부서져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총소리처럼 들린다”며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재난 지역에서 부패한 시신, 깨끗한 식수원 고갈 등의 영향으로 전염병이 번지리란 우려도 나온다. 세르한 악토프락 파푸아뉴기니 국제이주기구(IOM) 대표는 “현재 가장 큰 두려움은 (산사태로 매몰된) 시체가 부패하는 데다 물이 흐르고 있어 전염병을 둘러싼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조 활동은 여전히 더디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중장비를 현장에 보내려 하고 있으나 산세가 험한 데다 산사태로 주요 도로가 막히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막대기나 삽을 들고 직접 땅을 파헤치며 실종자를 찾아 나선 상황이다. 일부 마을에서는 사망자 시신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 주민들이 중장비 진입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파푸아뉴기니 엥가주 얌발리 마을에서 발생한 산사태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대규모 산사태가 덮친 파푸아뉴기니 엥가주 얌발리 마을에서 27일(현지시간) 한 마을 주민이 막대기를 들고 매몰된 실종자를 찾고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엥가주에선 부족 간 전투가 이어지며 재난 지역으로 가는 인도적 지원이 방해를 받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지난 2월 부족 간 기습 공격으로 최소 26명이 숨졌고, 지난 25일 두 경쟁 부족 간 충돌로 8명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군이 구조대를 경호하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악토프락 대표는 “안전 위험 때문에 낮에만 이동할 수 있었다. 유엔 관계자 등이 지난 27일 이동하면서 불타는 집과 길을 따라 마체테로 무장한 남자들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파푸아뉴기니 국회에서는 제임스 마라페 총리 불신임 투표가 추진 중이다. 전날 야당 연합은 성명을 통해 28일 오후 3개월 만에 의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마라페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마라페 총리는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과반인 56명이 찬성해야 하지만 여당 연합에 속한 의원은 70명이 넘는다며 “지금은 불안을 야기할 때가 아니라 현 정부하에서 재건에 나서야 할 때라는 데 연립정부 파트너들이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로이터는 “현지 언론은 파괴적인 산사태를 가리는 정치 드라마로 가득 찼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파푸아뉴기니 산악지대 엥가주에서는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내린 많은 비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6개 마을의 가옥 수백채가 바위와 흙, 나무 등에 매몰됐다. 사망자 예측 규모는 당초 150명 안팎에서 이틀 만에 670명 이상으로 뛰었다. 그러나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매몰된 이들을 2000명 이상으로 추정해, 실제 사망자는 수천명에 달하리란 예측이 나온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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