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선거, ‘스타 여성 정치인’ 맞대결 될 듯

김소연 기자 2024. 5. 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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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노리는 극우 고이케에 ‘도전장’ 낸 렌호
연예인·저널리스트 출신 입헌민주당 의원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 렌호(56) 참의원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월7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밝혔다. 도쿄/AFP 연합뉴스

오는 7월7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는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 여성 정치인의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인 고이케 유리코(71) 도쿄도지사의 ‘3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 렌호(56) 참의원이 후보로 나섰다.

렌호 의원은 2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의 장기집권에 도움을 주는 ‘고이케 도정’을 리셋(초기화) 하는 여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선두에 서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며 “반자민당 정치, 반고이케 도정을 내걸고 도쿄도지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을 재검토해 (빈부) 격차로 빛이 닿지 않고,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책을 전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렌호 의원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짧은 머리에 흰색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첫 여성 총리 후보로도 거론됐던 거물급 정치인인 고이케 지사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렌호 의원은 일본 정계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대만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출신으로 정계 입문 전인 1980~90년대 배우·광고모델 등으로 활동한 연예인 경력이 있고, 민영방송 뉴스 진행자로 일하는 등 저널리스트로도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참의원(임기 6년) 선거에서 옛 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4선을 하고 있다. 초선 의원 시절인 2009년 단호한 태도와 논리정연한 말로 관료들의 예산 낭비를 추궁한 모습에 대중들이 호응하면서 지명도가 급상승했다. 2010년 6월 출범한 간 나오토 내각에선 행정쇄신담당상에 발탁됐고, 같은 해 참의원 선거에서 전국 최고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렌호 의원은 2012년부터 ‘아베 1강’ 정치가 이어지던 때도 국회에서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등 야권의 지지를 받아 2016년 제1야당인 민진당 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위기국면에 제1야당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대표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하는 등 리더십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모습. 도쿄/AFP 연합뉴스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에는 20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를 표명하고 있지만, 결국 ‘고이케-렌호’ 양강 구도가 될 전망이다.

고이케 지사 쪽은 3선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케 지사 쪽 간부를 인용해 “자신감의 근거는 현직의 강점이다. 도지사 선거의 유권자가 약 1천만명이다. 단기간에 정책을 널리 알리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현직’은 지금까지 전승을 기록했다.

고이케 지사는 아랍어 통역가와 뉴스 진행자를 거쳐 1992년 옛 일본신당 소속 참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자민당에 입당해 환경상과 방위상을 지냈고 2016년 다시 자민당을 탈당했다. 우파적 성향으로 2007년 아베 1차 정권 시절 미국 하원에서 일본의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한 사과와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을 때, 미국까지 가서 이를 저지하려 했다. 당시 그는 총리 보좌관이었다. 2016년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이듬해인 2017년부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문 송부를 거부하고 있다.

자민당이 고이케 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에서 탈당한 뒤 선거 상황에 따라 자민당과 경쟁 또는 협력을 해왔다. 고이케 지사 주변에선 “비자금 조성 문제 등 자민당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민당은 독자 후보는 내지 않을 방침이며, 고이케 지사를 지원할지 고심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지원했다가 패배할 경우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정치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입헌민주당은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중의원 보궐선거 3곳에 이어 지난 26일 치러진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도 야당 후보가 압승을 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입헌민주당이 최근 ‘고이케-렌호’를 놓고 독자적인 정세 조사를 해보니, 긍정적 결과가 나온 모양이다. 고이케 지사가 나와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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