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 대마왕’ 돈치치, 어빙 앞에서 한낱 개미로 전락한 ‘앤트맨’ 에드워즈, 미네소타는 과연 3연패 뒤 4연승의 기적을 쓸 수 있을까
남정훈 2024. 5. 28. 15:30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한 팀의 일방적은 우위로 승부가 흐를 줄은. 댈러스 매버릭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맞붙고 있는 2023~2024 미국 프로농구(NBA) 서부 콘퍼런스 결승은 댈러스의 3전 전승으로 흘러가고 있다. ‘늑대 대장’ 케빈 가넷이 팀의 에이스였던 2003~2004시즌 이후 20년 만에 콘퍼런스 결승에 오른 미네소타는 1패만 더 하면 구단 역사상 최초의 파이널 진출의 꿈이 좌절된다.
시리즈 전만 해도 댈러스와 미네소타의 콘퍼런스 결승은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다. 기세가 더 좋았던 것은 미네소타였다. 물론 댈러스의 기세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5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제임스 하든, 카와이 레너드, 폴 조지 등 슈퍼스타가 뭉친 LA클리퍼스를 4승2패로 이기고, 콘퍼런스 세미 파이널에서 1번 시드였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마저 4승2패로 누르며 2연속 업셋에 성공했다.
그러나 미네소타가 이겨낸 상대들의 면면은 물론 승리 과정에서의 임팩트도 더 뛰어났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선 현역 최고의 득점 기계인 케빈 듀란트와 데빈 부커, 브래들리 빌의 ‘빅3’이 뭉친 피닉스 선즈를 4전 전승으로 물리친 데 이어 콘퍼런스 세미 파이널에선 명실상부 현역 최고의 농구선수이자 올 시즌 정규리그 MVP인 니콜라 요키치가 버티는 ‘디펜딩 챔피언’ 덴버 너기츠마저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4승3패로 눌렀다. 시대를 역행하는 조합이라던 칼 앤서니 타운스-루디 고베어의 ‘트윈 타워’는 2년차만에 리그 최강의 조합으로 우뚝 섰다. 빅맨 역사상 슛터치가 가장 부드러운 타운스가 내외곽을 오가며 공격력을 발휘하고, 올시즌 수비왕을 포함해 통산 4번의 수비왕을 차지한 고베어가 상대 페인트존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여기에 2020~2021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이후 차근차근 성장세를 보여왔던 ‘앤트맨’ 앤서니 에드워즈가 마침내 팀 전체를 이끄는 에이스를 넘어 NBA를 대표하는 영건 에이스로 성장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댈러스의 일방적 우세로 진행되고 있다. 매 경기가 댈러스의 원사이드한 승리가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접전 상황에서도 마지막을 이겨내는 것은 항상 댈러스였다. 댈러스의 ‘원투펀치’인 루카 돈치치와 카이리 어빙이 현역 최고의 클러치 득점원이라고 해도 고베어를 중심으로 한 미네소타의 탄탄한 수비 앞에선 그리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돈치치와 어빙의 클러치 득점력이 한 수, 아니 두 세수는 위인 모양새다.
1차전만 해도 경기 종료 3분여 전만 해도 98-102로 뒤져 있었지만, 3분14초 터진 돈치치의 3점슛으로 곧바로 경기 양상을 접전으로 만든 뒤 기어코 뒤집어 1차전을 승리로 가져왔다. 2차전 역시 전반 46-60으로 댈러스가 크게 뒤진 상태로 3쿼터를 맞이했지만, 후반 맹추격을 통해 경기를 접전 양상으로 만들어냈다. 경기 종료 12.8초 전만 해도 106-108로 댈러스가 2점 뒤진 상황이었지만, 돈치치의 한 방으로 경기가 끝났다. 돈치치는 매치업 헌팅을 통해 자신의 수비수로 고베어를 택했고, 화려한 레그 스루 드리블과 크로스 오버로 고베어를 농락한 뒤 3.2초를 남겨두고 스텝백 3점슛을 날렸다. 점수차를 감안하면 안전하게 2점을 노린 뒤 연장을 노리는 게 합리적이었지만, 슬로베니아에서 온 슈퍼스타 돈치치는 상식을 뛰어넘는 남자였다. 고베어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 뒤 던진 3점슛은 깨끗하게 그물망을 갈랐다.
3차전 역시 3쿼터까지는 87-87로 팽팽히 맞섰지만, 승부를 가른 4쿼터에선 댈러스의 확실한 우세로 이어지며 댈러스가 116-107로 잡아내며 시리즈를 3승무패로 만들었다. 에드워즈가 슈퍼스타 반열에 올라서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기존의 슈퍼스타 듀오인 돈치치, 어빙이 몸소 보여주는 듯한 클러치 존재감이다. 에드워즈는 덴버를 꺾어냈던 플레이오프 2라운드까지만 해도 ‘마이클 조던의 재림이다’라는 찬사까지 받았지만, 돈치치와 어빙 앞에선 그저 치기 어린, 무리한 슛셀렉팅으로 팀을 승리가 아닌 패배로 이끄는 에이스에 불과한 모습이다.
미네소타는 이제 파이널 진출을 위해선 새 역사를 써내야 한다. NBA 역사상 7전4승제 플레이오프에서 3연패 뒤 4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당장 4차전에선 희망적인 요소는 있다. 대니얼 개포드와 함께 플래튠 시스템으로 코트를 밟는 댈러스의 신인 빅맨 데릭 라이블리 2세가 부상으로 결장한다. 허슬과 공격 리바운드 참여, 돈치치와 어빙의 랍패스를 받아 앨리웁 덩크로 연결하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왔던 라이블리의 결장은 곧 타운스와 고베어의 존재감이 한층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라이블리의 결장만으로 미네소타가 승리를 할 수는 없다. 결국 에드워즈가 돈치치, 어빙에게 대등하게 싸워줘야 한다. 과연 에드워즈는 20년 전 케빈 가넷처럼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미네소타를 파이널로 이끌지 못한 외로운 늑대 에이스가 될 것인가. 두 팀의 4차전은 29일 오전 댈러스의 홈인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에서 열린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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