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범죄 수사극 '크래시' 감독·작가 "안전운전 계기 됐으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전형적인 엘리트 경찰이 아닌 조금씩 부족한 저희 드라마 속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박준우 감독) "사실 제 목표는 시청률 3%였어요. 이미 1차 목표를 달성해서 충분히 만족하는데, 그래도 욕심이 생기네요."(오수진 작가)
운전대를 쥔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교통범죄수사팀의 활약상을 담은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달성하며 질주하고 있다. 이달 13일 2.232%로 출발했으나 27일 방송한 5회는 4.116%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박준우 감독과 오수진 작가는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경찰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지만, '크래시'는 일반적인 수사 드라마처럼 수사과나 형사과가 아닌 교통범죄수사팀(TCI) 형사들이 주인공이다. 자동차 사고로 위장한 살인이나 고의 사고 유발, 보복 운전 등이 소재로 등장한다.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드라마 '시그널'과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였다고 한다. 오 작가는 "제가 김은희 작가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데, 사석에서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김 작가가 '이런 건 어떨까' 하고 힌트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또 "김 작가의 말을 듣고 교통과 관련한 수사물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사건을 찾아봤더니 흥미로운 사건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2013년 처음 창설한 TCI라는 팀을 주인공으로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출발한 아이디어를 각본으로 쓰기 위해 오 작가는 실제 TCI 창설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경찰관에게 자문하고, 경찰과 보험공단 등의 자료를 조사해 에피소드를 구성했다고 한다.
'크래시'는 한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다음 사건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초반부에는 노인을 노려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사건, 렌터카 업체가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사건 등이 등장했다.
박 감독은 "2년 전에 오 작가와 처음 이 드라마를 상의할 때 대본이 절반쯤 완성된 상태였다. 후반부에는 어떻게 다른 색깔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아이템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반부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화물차 지입제도를 다루기도 하고, 조금 다른 차원의 아이템이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과 오 작가는 특히 '크래시'가 모든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크래시'는 드라마 말미에 배우들이 교통 관련 주제를 설명해주는 '경찰서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다.
박 감독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다루는 소재인 만큼 '이왕 하는 거, 시청자들한테 좋은 정보를 주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에필로그나 '경찰서 사람들'을 통해서 메시지를 직접 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 역시 "'크래시' 각본을 쓰면서 운전을 하는 게 두려워졌다"며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각자가 화면 속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안전에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부작인 '크래시'는 28일 오후 6회가 방송되면 반환점을 돈다. tvN에서 방송 중인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이날 종영하는 만큼 '크래시' 제작진으로서는 후반부 더 큰 폭의 시청률 상승도 기대할 만하다.
박 감독은 SBS의 인기 드라마인 '모범택시' 시리즈를 연출한 바 있다. '모범택시'는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법의 처벌을 피한 악인들을 처단하는 액션 히어로물로, 최고 20%를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크래시'에서도 후반부 밀도 높은 액션 장면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아직 이 드라마가 잘 됐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며 "6회부터는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규모감 있는 자동차 액션을 회차마다 한 번씩 보여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물론 '크래시'가 액션 장면만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수재이자 과거 교통사고로 사람을 숨지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공 차연호(이민기 분)의 성장과 그를 둘러싼 TCI 팀 형사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오 작가는 "저는 이 작품을 수사물이라기보다 오피스물이라고 생각하고 썼다"며 "각본을 쓰면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 직업윤리에 충실한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 역시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경찰이 아니고 평범하면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경찰, 보통 사람의 분투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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