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직격탄 무료급식소…줄은 길어지고 후원은 끊겼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고물가 속에 식료품 후원마저 줄어든 영향이다.
29년 동안 이곳 살림을 책임진 총무 박경옥(64)씨는 "예전엔 상황이 어려우면 후원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는데, 다들 부담스럽고 어려운 사정이라는 걸 아니까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 벌써 라면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료급식 원하는 노인들은 더 늘어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오늘도 라면을 못 드려요.”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이들이 빈손으로 급식소를 나왔다. 무료급식소가 다시 문을 여는 이튿날 점심까지 끼니를 거를 독거 노인과 노숙인을 위해 늘상 제공됐던 ‘라면 한봉지’가 이날 토마스의집엔 없었다. 전에 없던 풍경이다. 고물가 속에 식료품 후원마저 줄어든 영향이다. 29년 동안 이곳 살림을 책임진 총무 박경옥(64)씨는 “예전엔 상황이 어려우면 후원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는데, 다들 부담스럽고 어려운 사정이라는 걸 아니까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 벌써 라면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식사로, 부족한 복지의 빈틈을 메워 온 무료급식소들이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먹거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식재료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 더해 급식소의 버팀목인 식재료 후원까지 줄어드는 반면,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점차 늘고 있는 삼중고에 놓였다.
토마스의집처럼 작은 무료 급식소일수록 충격은 크다. 이곳은 정부 지원이 일절 없는 데다, 현금 후원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대형 시설과 달리 십시일반 모이는 식료품 후원으로 급식소를 꾸려왔다. 식료품 후원이 멈추면 직접 장을 봐 채워 넣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찮다. 이날 토마스의집에서 점심으로 제공된 떡국만 해도 후원 없이 제공하려면 끼니당 백여만원이 넘게 든다. 박씨는 “예전에는 미역이나 야채 같은 것도 많이 후원받았는데 지금은 그런 후원이 전혀 없어졌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양념부터 다 사서 쓰는데 물가까지 올랐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규모가 큰 무료 급식소도 밥 이외의 비용을 줄이는 긴축에 돌입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무료급식 사업 ‘밥퍼나눔운동’(밥퍼)을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의 경우 후원이 지난해보다 15% 줄었다고 한다. ‘큰 손’에 해당하는 기업 후원이 뚝 떨어졌다. 수십년간 소액 후원을 지속해온 개인 후원자들 덕에 버티지만, 급식 제공과 무관한 경상 운영비를 줄이는 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반면 비싼 밥 값의 피난처인 무료급식소를 찾는 발길은 늘고 있다. 밥퍼는 무료급식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2월부터 점심에 더해 아침까지 제공하게 됐다. 밥퍼 관계자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까지가 식사 제공 시간이었지만, 저녁을 못 드신 어르신들이 첫차를 타고 와 5∼6시부터 아침을 기다리셔서 아침까지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토마스의집도 코로나19 엔데믹 직후 150명 수준이었던 이용자 수가 최근 300∼400명까지 늘었다. 이날 오전 11시 전부터 늘어선 점심 대기줄은 급식소 옆 골목 끝까지 닿을 정도로 길어졌다.
사정을 짐작하는 이용자들은 행여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지 않을지 노심초사다. 급식소를 찾은 정아무개(76)씨는 “젊은 사람들도 밥 먹고 살기 힘든데 혼자 사는 노인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무료급식소가 없어지면 밥을 싸 다녀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윤, 이종섭에 ‘이첩 당일’만 3차례 전화...박정훈, 통화 중 해임
- ‘채상병 특검법’ 부결…찬성 179, 반대 111, 무효 4
- “너넨 보수가 아냐”…해병대 예비역들 국회에서 울부짖다
- ‘채상병 사건’ 외압 규명은 공수처로…대통령실 수사 어떻게
- 완전군장 상태로 구보…사망 훈련병 ‘횡문근융해증’ 의심
- 의대 교수 1000명을 구해라…정부, ‘전문의 중심병원’ 추진
- 전세사기법 통과하자마자, 윤 대통령 또 거부권 검토
- 사망 훈련병 빈소 찾은 육군참모총장, 질문에 대답 없어
- 이탈표 예상보다 적었다…국힘 “단일대오, 우리가 선방”
- 나경원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 언급에 윤상현 “거야 선동 프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