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도 아닌 방출 요청? '홈런왕' 박병호의 이례적 선택…웨이버 공시하면, KT는 아무것도 못 건진다

박승환 기자 2024. 5. 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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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9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KT의 경기. KT 박병호가 타격 훈련을 마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홈런왕' 출신의 박병호가 KT 위즈에 웨이버공시를 요청했다. 자진해서 팀을 나가 새로운 행선지를 물색하겠다는 뜻이다.

KT 관계자는 28일 "지난 주말 박병호로부터 웨이버공시 요청을 받았다"며 "현재 구단은 여러 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박병호는 2011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LG에서는 '거포 유망주'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던 박병호는 소속팀을 옮긴 후 완벽하게 부활했다. 박병호는 이적 첫 시즌 66경기에서 13홈런 타율 0.254 OPS 0.865으로 활약, 이듬해 주전으로 거듭나 136안타 31홈런 105타점 타율 0.290 OPS 0.954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박병호는 2012시즌을 시작으로 2013년 37홈런 117타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고, 2014년에는 139안타 52홈런 124타점 126득점 타율 0.303 OPS 1.119로 폭주, 2015시즌에도 무려 53개의 아치를 그리는 등 KBO리그를 폭격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빅리그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박병호는 다시 KBO리그로 복귀한 뒤에도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명성을 떨쳤고, 2021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KT로 이적했다.

2024년 4월 4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KT의 경기. KT 박병호가 5회말 2사 1,2루에서 이의리에게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키움과 작별할 당시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었던 박병호는 이적 직후 124경기에 출전해 118안타 35홈런 98타점 타율 0.275 OPS 0.908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홈런수가 급격히 감소했으나, 132경기에 출전해 122안타 18홈런 87타점 타율 0.283 OPS 0.800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그런데 올해 박병호의 부진은 심각했다. 3월 한 달 동안 8경기에서 타율 0.154로 허덕이더니, 4월부터는 조금씩 출전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선발과 벤치를 오가던 박병호는 4월에도 타율 0.229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5월에도 반등하지 못한 결과 28일 기준으로 44경기에서 3홈런 타율 0.198 OPS 0.638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입지가 불안해진 박병호가 스스로 새로운 행선지를 찾아보기 위해 구단에 웨이버공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 또한 박병호가 방출을 요청한 것이 맞다고 밝혔고, 현재는 여러 방면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선수가 구단에 불만이 있어 웨이버공시를 요청하는 것은 KBO리그에서는 극히 이례적이다. 입지가 좁아지면서 출전 기회가 필요할 경우 대개 선수들은 트레이드를 요청한다. KT가 박병호의 요청대로 웨이버공시를 한 뒤 박병호가 타구단으로 이적했을 때 KT가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마디로 KT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것.

일단 박병호가 KT에서 마음이 뜬 것은 분명해 보이며, 이들의 동행을 더는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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