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필요 없다, PS 꼭 가주길"…'사퇴' 최원호 감독, 선수단 '마음의 짐' 덜어주고 작별했다

김민경 기자 2024. 5. 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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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 ⓒ곽혜미 기자
▲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 밖에서 응원 많이 할 테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시즌에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최원호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28일 마지막으로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한화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대전 LG 트윈스전)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LG전에서 4-8로 지면서 올 시즌 처음 최하위로 떨어졌다. 한화는 3월 성적 7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켰는데, 너무도 잠시였다. 4월부터 끝 모를 추락이 시작됐다. 한화는 4월 성적 6승17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며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반복되는 연패에 부담을 느낀 최 감독은 자진 사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5월 들어 8승11패1무로 4월보다는 나은 성적을 내고 있었으나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았다. 시즌 첫 최하위를 찍었을 때 최 감독이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다.

최 전 감독은 오후 1시쯤 경기장을 찾아 구단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라커룸을 찾았다. 최 전 감독은 라커룸에서 진행한 선수단 미팅에서 마지막 인사를 남긴 뒤 선수 전원과 악수를 나눈 뒤 경기장을 떠났다.

최 전 감독은 선수단 미팅에서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도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변화를 통해 빨리 정상궤도에 오르려 한다. 우리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아닌 이상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며 선수들이 감독 사퇴의 부담을 느끼질 않길 바랐다.

최 전 감독은 이어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누구와 함께하든 여러분들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로 했던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리라 믿는다. 밖에서 응원 많이 할테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시즌에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격려하고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과 함께 물러난 박찬혁 대표이사 ⓒ 한화 이글스
▲ 류현진 영입에 진심이었던 박찬혁 전 한화 이글스 대표이사 ⓒ 한화 이글스

최 전 감독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박찬혁 대표이사는 27일 자신의 SNS에 메시지를 남겼다. 박 대표이사는 "지난 3년간 우리 선수단과 직원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혼신을 다해 노력해주었고, 우여곡절 속에서도 각 단계별로 많은 성장을 이뤄왔다. 올 시즌은 이 성장을 증명해 나가야하는 출발점으로써 중요한 시기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그러나 계획과 달리 시즌 초반 부진으로 기대하셨던 팬분들께 죄송스럽고 우리 선수단과 임직원에게도 조직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이에 반등 기회를 남겨둔 시점에 이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박 대표이사는 "여전히 그간 선수단과 직원들이 하나하나 쌓아 올린 수많은 토대는 조만간 모두가 염원하는 지속적인 강팀으로 이어질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창적 비즈니스로 지속적으로 전력을 보강하고 팬덤을 키워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며 지금 수뇌부의 사퇴가 곧 한화의 실패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한화가 되길 기원했다. 박 대표이사는 "부디 분위기 쇄신과 보다 유능한 조직 운영을 통해 반등하고 이글스의 길이 열리길 간절히 기원하는 바다. 신축구장, 파트너십, 브랜드 정비 등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사업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빠른 기간 내 후속 업무를 정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끝까지 믿고 지원해주신 한화그룹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 각 단계별로 함께 노력해주신 정민철 전 단장, 수베로 전 감독을 비롯하여 최원호 감독, 손혁 단장, 선수단 및 프론트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이글스와 함께한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시기였고, 맹목적인 사랑의 순간들이었기에 앞으로도 마음 깊이 이글스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원호 전 감독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감독 사퇴에 부담을 느끼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 한화 이글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윈나우'를 외쳤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에이스 류현진을 8년 총액 17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모셔왔고, 타선과 내야 강화를 위해 외부 FA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데려왔다. 지난해 외부 FA로 영입한 주장 채은성에게도 6년 총액 90억원을 썼다. 장민재, 이태양 등 스윙맨이 가능한 베테랑 투수들도 FA 시장에서 붙잡고, 이재원, 김강민 등 은퇴 또는 방출 위기에 놓였던 베테랑들을 데려오면서 즉시전력감 확보 및 뎁스 강화에 나섰다.

한화는 리빌딩과 전력의 기틀을 잡았던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전 감독이 물러나면서 리더십 공백을 이른 시일 안에 채워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일단 손혁 단장 홀로 일선에 남아 팀을 수습한다. 한화는 조속히 후임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후보는 내부와 외부 인물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화는 새 사령탑을 선임하기 전까지는 정경배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한화는 27일 올해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까지 웨이버 공시하면서 선수단에 분위기 전환을 꾀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화는 28일 현재 시즌 성적 21승29패1무로 8위에 올라 있다. 5위 NC 다이노스(27승24패1무)와는 5.5경기차다. 남은 시즌 93경기가 남은 것을 고려하면 가을야구를 포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한화는 최 전 감독과 박 대표이사의 바람대로 포기하지 않고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왼쪽)과 펠릭스 페냐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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