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 두테르테 텃밭서 무더기 경찰 인사…"쿠데타 방지 목적"
마르코스, 두테르테 쿠데타 경계…"국가 분열 허용 않겠다"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필리핀 정부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지역인 남부 다바오시에서 돌연 대규모 경찰 인사를 단행했다.
다바오 경찰서장을 포함해 총 35명의 경찰 간부가 보직에서 해임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현 정부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를 조기에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필리핀 국영 PNA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경찰청(PNP)은 지난 24일 리처드 바당 다바오 경찰서장 등 총 35명의 경찰관을 보직해임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PNP는 이들이 마약 위장수사 도중 용의자 7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어 보직해임 결정이 내려졌다면서도 "이들이 유죄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바당 전 서장은 지난 3월22일 취임 당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거래를) 멈추지 않거나 떠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 조처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에 해임된 바당 전 서장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다바오 시장으로 22년간 재직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임기 도중 수천 명이 사망한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주도하며 다바오 출신 경찰관을 PNP 고위직에 대거 임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정치적 동맹 관계를 맺었던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가문이 개헌 문제로 정면충돌하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지지 세력을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정적인 안토니오 트릴랴네스 상원의원은 지난 7일 한 기자회견에서 "(정부) 불안정화 노력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 전현직 PNP 관리들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두테르테 측과 PNP는 이러한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즉각 일축했다.
그러나 트릴랴네스 의원은 전날에도 SCMP 부록지 '디스위크인아시아' 인터뷰에서 "두테르테 가문은 '피플파워'(혁명), 지지 철회, 쿠데타, 분리 독립, 반란, 탄핵 심지어 암살 등 모든 정권 불안정화와 퇴진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보직 해임 처분 발표에 맞춰 다바오에 PNP 소속 특수작전부대(SAF) 2개 대대를 같이 파견하는 등 혹시 모를 소요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안은 마크로스 대통령의 말에서도 드러났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16일 다바오 북부 카가얀데오로 인근 군사기지에서 군인들에게 "우리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국가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려는 국내 세력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9일에는 필리핀군사학교(PMA) 신입생들에게 사실상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겨냥하며 "노골적인 불안정화 시도와 빠르게 사라지는 과거에 집착하려는 최후의 수단"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다만 현재 마르코스 대통령이 군의 지지를 받고 있어 만약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모의해도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한 고위 군 관계자는 SCMP에 군은 마르코스 대통령을 축출할 생각이 없으며 최근 남중국해에서 격화하는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은 두테르테 가문과 동맹을 맺고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마르코스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자 두테르테 측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마르코스 대통령이 임기를 연임제로 바꿔 장기 집권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후 두 전현직 대통령은 서로 "마약쟁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주고받으며 완전히 갈라섰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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