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복지지출 재추계한다

허세민 2024. 5.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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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빨라진 韓 복지지출 속도
韓, 복지지출 속도 OECD 중 가장 빨라

정부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8대 사회보험과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공공부조를 아우른 사회보장제도의 40년 뒤 재정전망을 이르면 9월 발표한다. 고령화로 복지지출이 급격히 불어나는 상황에서 각종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2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는 다음달 말 본위원회 회의를 열고 5차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를 위한 세부지침을 확정한다. 이 회의에선 추계범위와 방식 등이 결정되는데 8대 사회보험(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 건강·요양·산재·고용보험)과 기초연금 등 일반재정 부문을 합친 '공공사회복지지출'의 40년 뒤 전망치(2024~2065년)를 조사한다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사보위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2년 주기로 사회복지지출 전망치를 공개한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 등 최신 변수를 반영하기 위해 2022년은 건너뛰고 올해 4년 만에 재추계에 나서는 것이다.

이번 추계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특별 지시에 따라 앞선 1~4차 추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국민연금공단 등 각 기관의 전망치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이번에는 사보위 내 추계검증위원회를 꾸려 인구, 경제성장률 등 통일된 조건에 따라 지출전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자체 평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공표된 국민연금 재정전망도 같은해 12월 발표된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해 새로 계산한다.

사진=뉴스1

정부가 향후 40년 뒤 복지지출 규모를 전망하기로 한 것은 노인 인구 급증으로 복지지출 수요가 커지면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복지제도의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사회복지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지속가능한 복지제도 대안 모색'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조차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기에 처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부터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연금은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험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1998년 이후 보험료를 0.1%도 올리지 못해 현행 제도(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하에선 2055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고갈 후에는 그해 걷은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복지부 계산에 따르면 소득의 최대 35%를 보험료로 내야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되며 재정안정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건강보험은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줄며 반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6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된다. 건강보험료를 기반으로 걷는 장기요양보험도 2026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31년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추산하고 있다.

국고로 지원되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 당시 소요 예산이 6조8000억원이었지만 올해 24조4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극빈층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05년 151만명에서 올해 255만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른 예산 투입액도 3조9126억원에서 20조8261억원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지출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빠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1년 발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공공사회복지지출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2.2%로 OECD 38개 회원국 평균(20%)보다 낮지만 1990년(2.6%)에 비해 4.7배 상승해 회원국 중 가장 빨리 지출이 늘었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복지지출이 확대되면 산업구조 변화, 경기 대응 등에 돈을 쓸 여력이 부족해지는 만큼 지출 구조조정 등 '복지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향후 사회보장 지출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청회를 열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고갈 위기에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전망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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