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망 훈련병' 군기훈련 중대장, 과실치사 혐의 수사(종합)

핵심요약

강원경찰, 군기훈련 지시 중대장 등 2명 수사 착수
업무상 과실치사, 직권남용가혹행위 여부 핵심
군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 가혹행위 가능성에 무게
군 인권센터 "사인 패혈성 쇼크, 고문에 이르는 범죄"

연합뉴스

입대한 지 열흘 밖에 되지 않은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던 중 숨진 사건을 넘겨받은 강원경찰청이 군기훈련을 지시한 간부 등을 상대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육군수사단으로부터 신병교육대 훈련병 사망사건을 이첩받아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여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대위) 등 2명에 대해 관련 혐의를 수사해달라는 취지로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넘겼다. 중대장 외 1명은 군기훈련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달려진 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의 한 군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이 훈련병은 속초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다 강릉아산병원까지 이송됐지만 지난 25일 상태가 악화돼 숨졌다.

군기훈련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일컫는 말로 '얼차려'로 불려진다.

사건 발생 이후 군은 사흘 만에 이 같은 사실을 공지했고 곳곳에서 '무리한 얼차려',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숨진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였다는 군 소식통의 발언이 나왔다.

해당 증상은 무리한 운동과 과도한 체온 상승 등으로 근육이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가혹행위를 시켰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숨진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는데 규정상 걷기만 시킬 수 있음에도 구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쓰러지기 전 완전군장 상태로 팔굽혀펴기 지시를 내리거나 함께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들이 숨진 훈련병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보고를 무시하고 얼차려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숨진 훈련병의 사인이 '패혈성 쇼크'였다며 40.5도에 육박하는 고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인은) 패혈성 쇼크"라며 "병원 도착했을 무렵 (훈련병의) 열이 40.5도까지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훈련병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외진을 가더라도 119 앰뷸런스가 온 상태에서 가지 않았기 때문에 긴급 후송 체계로 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신병교육대 의무실로 이동한 시간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으로 추정되는데 이 시간대는 군의관이 없을 확률이 높다"며 "이미 (훈련병이) 민간 병원에 들어왔을 때는 의식은 있지만 '나이가 몇이냐', '이름은 뭐냐'는 등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통상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다시 회복되는데 이 과정 없이 패혈증에 걸려 결국은 신장 투석을 한 가운데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군기 교육은 고문이나 가혹행위도 아니고 규정에 따라 규율을 지키라는 일종의 각성 효과를 주는 것인데 이를 넘어선 사실상 고문에 이르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진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숨진 훈련병으로부터 외관상 특별한 지병이나 명확한 사인을 판별할 수 없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국과수는 병원 의무기록과 조직검사 등을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정밀 부검 결과를 수사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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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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