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쓰레기 종량제’ 도입 쉽지 않네…실시 계획 또 연기

박은하 기자 2024. 5. 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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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홍콩 시내에서 청소차량이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Getty Images | 이매진스

홍콩 정부가 올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쓰레기 종량제 도입을 연기했다.

워너 척 홍콩 보안부 차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입법회(국회)에 출석해 “쓰레기 종량제는 예정일이었던 오는 8월 1일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프리프레스 등이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당초 지난 4월 1일부터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준비가 더 필요하다며 올 8월로 연기한 상태였다. 척 부국장은 “쓰레기에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와 재활용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인식 모두 부족하다”며 “우리 사회가 준비돼 있지 않다는 반갑지 않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규정은 홍콩 입법회가 2021년 제정한 ‘2018년 폐기물처리(도시 고형 폐기물 요금제) 개정안’에 따라 추진됐다. 홍콩에선 2005년부터 쓰레기 종량제 실시가 추진됐다.

홍콩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도시 고형 폐기물 기준 홍콩인들은 1인당 하루 1.51kg의 쓰레기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약 30%는 음식물 쓰레기였다. 홍콩의 쓰레기 매립장은 총 3곳으로, 2030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된다.

규정에 따르면 쓰레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버릴 수 있다. 정해진 규격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일반 봉투에 지정된 스티커를 붙여 버려야 한다. 쓰레기 규격 봉투는 총 9종류로 3ℓ에서 100ℓ까지 있고, 가격은 0.33홍콩달러~11홍콩달러(약 60~1900원)이다. 쓰레기를 일반 봉투에 담아 버릴 경우 무게에 따라 요금이 부과된다.

빈곤 가구에는 매월 10홍콩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홍콩 정부는 정책이 시행되면 3~4인 가구 기준 매월 약 30~50홍콩달러(약 5200~8600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규격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벌금 1500홍콩달러(약 25만원)를 물어야 한다. 위반이 반복되면 최대 5000홍콩달러의 벌금을 물거나 6개월의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다만 제도 첫 시행 이후 일정 기간 과도기를 두고 위반 사항에 대해 계도만 하며 기소는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시범 운영 기간 다양한 반발이 나왔다. 시민들은 쓰레기봉투 요금이 비싸고 요금 부과 방식이 복잡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농어촌이나 공공주택단지 등에 음식물 쓰레기통 보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호텔이나 음식점 등은 비용 증대를, 청소노동자들은 업무 과중을 토로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후 비용 발생을 우려해 미리 대량의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쇼핑몰 등에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용률이 70%까지 올라갔으며 공공기관에서는 100%에 가깝게 시행되고 있었다고 홍콩프리프레스는 전했다.

중국 반관영 싱크탱크인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의 라우 시우카이는 중국 당국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사소한” 현실적인 문제라도 큰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그린피스, 지구의 벗 등 환경단체들은 홍콩 당국에 주민을 비난하거나 처벌하지 말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체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은 “재활용과 폐기물 감소를 촉진하려는 정부의 원래 의도는 변함이 없다”며 쓰레기 종량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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