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24시간 대기하는 의사들... 그들의 고단한 삶은?
"어휴, 그렇게 매일 환자만 보시다가..."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집에서도 응급콜을 의식하느라 마음껏 쉬지 못한다"고 한 의사가 말하자 다른 과 의사가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이 의사는 스트레스성 질환이 심해져 휴직을 검토했지만 끝내 병원에 남았다. 내가 빠지면 동료 의사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실제 있었던 얘기다. 지금도 이런 '비극'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중요한 시대에 퇴근해서도 가족과 함께 마음껏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부 필수의료 의사들 얘기다. 특히 매번 초응급상황인 응급의학과, 심장-뇌혈관 수술 의사, 분만 담당 의사(산과)는 가족들과 지방 먼 곳으로 여행도 못 떠난다. 갑자기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오거나 당직 중인 후배 의사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한다.
집에서 대기하는 50대 의사들... 급증하는 혈관질환, 고령 임신부
사무직 직장인은 임원이 되면 실무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직원에게 지시만 하고 자신은 오너의 심기만 챙기는 일부 나쁜 임원도 있다. 하지만 수술 담당 의사는 경험이 쌓일수록 수술대를 떠나지 못한다. 심장-뇌혈관 수술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식습관의 변화로 환자들은 크게 늘고 있지만 상태가 악화된 상태로 뒤늦게 병원에 오기 때문이다. 분만도 고령 임신부가 늘어 늘 조마조마하다. 그만큼 분만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일은 다른 과 의사에 비해 고되지만 수가(진료-수술 후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는 민망할 정도다. 일부 큰 종합병원은 의사를 적게 고용해 경영상 이득을 얻으려고 한다. 위험한 수술일수록 간호사 등 의료진도 많이 동원돼 적자가 날 수 있다. 수술 담당 의사가 적다 보니 원활한 로테이션이 불가능하다. 의사는 늘 공부해야 한다. 새로운 수술 기법(최신 지견)을 학술대회에서 배워야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학회는 대부분 토요일에 열리지만 한 사람이 빠지면 공백이 있을 수 있다. 50대 후반의 수술 담당 의사가 집에서도 대기하는 이유다.
소송 걱정에 후배들이 사라진다... "수술 사고에 대한 대책 강구해야"
25일 대한외과학회 대토론회에서 "의료 소송을 크게 우려하는 후배들이 많아 외과 기피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불가항력에 가까운 수술 사고에 대한 대책을 하루 빨리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대장항문외과, 유방외과, 간담췌이식혈관외과 전문의들이 많았다. 대학 병원 외과 교수도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응급 환자 수술을 망설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선 정부가 도입 예정인 필수 의료 정책의 의료 사고 부담 완화 대책에 외과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분만 사고에 대한 보상 지원을 강화하고 의사들의 형사처벌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에 외과 수술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수술해도 불가항력에 가까운 사고가 날 수 있다. 이 경우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능사인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송에 휘말리면 거액의 비용은 물론 엄청난 스트레스로 장기간 환자 수술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가 인상은 의사들의 오랜 불만..."온갖 위험 감수하고 있지만"
정부는 올해부터 분만 안전 수가 등 연 2600억 원 규모의 수가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2024년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산아와 다태아 등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 강화와 함께 분만 수가도 개선하기로 했다. 산모가 고령이거나 합병증이 있는 경우 적용하는 고위험 분만가산을 30%에서 최대 200%까지 높이기로 했다. 분만실 내 의료진 대기가 가능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응급 분만수가도 적용하고 지역 수가도 확대하기로 했다.
수가 인상은 의사들의 오랜 불만 사항이다. 위험을 감수하며 스트레스를 감내한 대가치곤 보상이 너무 적다는 하소연이 많다. '3분 진료'도 적자를 모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 의료 사고 우려는 '공포'에 가깝다. 개원의가 의료 소송에 휘말리면 한 건에 10억 원을 날릴 수도 있다. 자칫 지나친 우려가 수술 기피로 이어질까봐 걱정스럽다.
"내가 집도한 수술이 사람을 살린다"... 그 프라이드 어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도 연신 응급콜을 들여다보는 의사가 있을 것이다. 새벽에 단잠을 자다가 부랴부랴 옷을 입고 병원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거 수술 담당 의사는 의대 상위권 성적의 상징이었다. 내가 집도한 수술로 사람을 살린다는 프라이드가 넘쳐났다. 지금은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 중의 하나다. 이들을 탓할 수도 없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사회 전반의 풍조가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의사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예전처럼 프라이드가 넘쳐나게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필수 의료 살리기는 의사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런 목소리가 나온지 20~30년이 지났는데 수가 인상이나 소송 지원 대책은 이제 겨우 몇 걸음을 내딛고 있다. 필수 의료 의사가 크게 늘어나야 집에서도 대기하는 의사들이 줄어들 것이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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