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외출이 부담되지 않도록…서울 시내 가족 단위 VIP존·화장실 늘린다
“저 사람은 왜 공을 가져가?” “골 넣으려고 하는 거야.” “지금 몇 대 몇인데?” “2 대 1로 지고 있어, 응원해줘!” “빨간팀, 이겨라!”
지난달 20일 프로축구 FC서울과 전북현대모터스가 치열한 수중전을 치른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백세경씨(40) 부부는 선수들을 가리키며 여섯 살 아들의 질문에 답했다. 엄마, 아빠가 경기에 집중한 사이 아이는 같이 온 사촌 형, 옆 테이블의 또래들과 좌석 뒤 유아 축구존에 들어가 공을 찼다. 아이끼리 놀자 어른 관중들은 경기에 더 몰입했고, 환호와 탄식이 이어졌다.
FC서울 홈구장에 마련된 ‘엄마아빠VIP존’ 9개 좌석은 이날 아홉 가족, 약 30명이 가득 채웠다. 스카이박스 일부를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중용으로 만든 공간이다. 전용 게이트로 입장해 소파 관람석에 앉아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다.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수유실과 놀이실도 있어 아이를 돌보는 동시에 ‘직관’이 가능하다. 이에 좌석 예약은 매 경기 전쟁이다.
임영훈·이아라씨(32) 부부는 이날 2년 만에 함께 경기를 봤다. 두 사람의 오랜 취미였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VIP존’을 예약하며 100일된 아기와 축구장에 갈 자신을 얻었다. 제법 비가 많이 내린 날이었지만 외출하는 데 큰 망설임은 없었다고 했다.
저출생 극복에 다양한 처방이 시도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아이와 다니기 좋은 공간에 대한 구상이 늘어나고 있다. 영유아·아동과 같이 다중이용시설을 찾기 편해야 돌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취지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기장·공연장·공원 13곳에 생긴 ‘엄마아빠VIP존’은 2026년까지 54곳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고척스카이돔·세종문화회관·유아숲체험원뿐 아니라 방학동 도깨비시장에도 육아 편의를 시설을 꾸몄는데, 시장에 보육교사가 아이를 봐줘 보호자가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다.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할 때 부모 누구나 데리고 갈 수 있는 ‘가족화장실’도 많다. 6㎡ 이상의 넓은 면적에 영·유아용, 성인용 변기가 모두 있고 세면대·유아시트·기저귀 교환대도 준비돼 있다. 성별 구분 없이 가족 단위로 쓸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현재 시내 31개가 설치됐고, 2026년까지 101개를 만들 계획이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아동용 식기와 놀이·교육용품을 갖춘 ‘서울키즈 오케이존’도 확산 중이다. 서울시가 30만~40만원 정도 용품을 지원하는데, 아이를 환대하려는 시내 음식점과 식음료 매장들이 늘면서 지난해 9월 신청을 받기 시작한 후 589곳(3월 기준)이 지정됐다.
특히 7월 중으로 연간 2만원대로 가입할 수 있는 ‘웰컴키즈 안심보험’도 출시된다. 법적 배상 책임과 사고 치료비 등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보장받는 상품이다. 서울 시내 16만개 일반·휴게음식점이 가입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업장 내 안전 사고 우려로 ‘노키즈존’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보험을 기획했다”며 “이 같은 지원 방식 등으로 2026년까지 ‘서울키즈 오케이존’을 시내 1000곳 지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0~9세 영유아·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실내놀이터인 ‘서울형 키즈카페’도 2022년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75개 점포로 늘어 누적 이용자가 18만명을 넘었다. 이용료가 1인당 5000원(돌봄 포함) 수준으로 저렴하고, 식음료를 판매하지 않아 공공성을 높인 키즈카페다. 아동 1인당 10㎡ 이상 면적이 확보돼 있고, 보육교사나 안전요원이 배치된다.
지금까지 서울시·자치구 공간에 주로 만들었던 키즈카페는 아파트·종교시설 등 민간 건축물에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 2026년까지 시내 4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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