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 의인 전수악 여사 추모비 47년 만에 완성
경남 의령에서 47년 전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전수악 여사(당시 32세)의 추모비가 완성됐다.
의령군은 고 전수악 여사의 얼굴 부조상과 추모벽을 갖춘 추모 공간을 새롭게 마련했다고 28일 밝혔다.
추모 공간은 1977년 사고 당시 의령군 용덕면 마을주민들이 세운 곳을 새 단장했다.
고인은 1977년 5월18일 용덕면 운곡천에서 물놀이를 하던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2명이 급류에 휩쓸린 것을 목격했다.
당시 1남 3녀의 엄마였던 고인은 의령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비명을 듣고는 물에 뛰어들어 1명을 구조한 뒤 다른 1명을 구하다가 함께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사고 직후 용덕마을 주민과 학생들의 애도 속에 장례가 치러졌고, 그해 12월 추모비가 용덕초등학교에 건립됐다. 2006년 고인은 의사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 속에 추모비는 녹슬고, 학교에 담장이 설치되는 바람에 추모비는 가려져 사람들은 먼발치서 ‘신사임당 동상’으로 짐작할 뿐 기억 속에 잊혀 갔다.
의령군은 충의의 고장에 걸맞게 고인에 대한 예우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의령군은 의사자 1인당 300만 원이 지원되는 의사자 추모 기념사업에 선정돼 국비로 얼굴 부조상(평면에 두드라지게 새긴 조각)과 추모벽 설치했다.
추모비에는 ‘여기 사랑과 희생의 불꽃 치솟는 숭고한 인간애가 있다. 1977년 5월18일 장봇짐 팽개치고 뛰어들어 물에 빠진 어린 목숨은 구하고 운곡천 푸른 물속으로 숨져 간 전수악 여사의 거룩한 정신은 영원한 횃불 되어 천추에 길이 빛나리라.’라는 글귀를 새겼다.
마을주민들은 전수악 여사 추모사업 추진에 환영했다.
친구 김순연 씨(77)는 “빨래터에서 이웃 빨래 도맡고, 시부모 종기를 입으로 빨던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해수씨(67)는 “열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롭게 살았는데 자식 낳고 살만하니 변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전 여사의 자녀들은 주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남 여상호씨(55)는 “어머니 얼굴을 이렇게 볼 수 있어 기쁘다”며 “어머니처럼 도움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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