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료 1000원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5. 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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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실망과 분노 그 자체였다. 솔직히 영화가 아주 재미있었더라도 6000원은 비싼 것이다." 1995년 12월 어느 일간지에 실린 독자 투고의 일부다.

1995년 당시 성인 기준 5000원 하던 영화 관람료가 6000원으로 올랐을 때 대중의 불만은 대단했다.

6000원이던 영화 관람료는 2000년 7000원으로 인상됐다.

대부분의 장편영화보다 훨씬 짧으니 제작비도 그만큼 적게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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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실망과 분노 그 자체였다. 솔직히 영화가 아주 재미있었더라도 6000원은 비싼 것이다.” 1995년 12월 어느 일간지에 실린 독자 투고의 일부다. 영화 팬들의 입소문을 듣고 모처럼 거금을 들여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신작 영화를 봤는데 영 아니더라는 것이다. 이 독자는 영화 관람료 인상을 비판하며 극장주들을 향해 “도대체 인상 요인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입장권을 산 뒤 무려 2시간을 대기하고서야 상영관에 들어갔음에도 그 결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으니 화가 아주 단단히 난 모양이다.

서울 시내 한 멀티플렉스 극장 매표소 앞이 영화 티켓을 사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 상품이다. 유명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음악 공연이나 인기 가수의 콘서트, 뮤지컬, 연극 등의 감상에 드는 비용과 비교하면 확연하다. 그래서일까, 모든 국민이 영화표 가격에 무척 민감하다. 1995년 당시 성인 기준 5000원 하던 영화 관람료가 6000원으로 올랐을 때 대중의 불만은 대단했다. 위에 소개한 어느 독자의 투고가 그 시절 분위기를 보여준다. 1997년 1월 가수 마돈나가 출연한 뮤지컬 영화 ‘에비타’ 배급사 측은 정가 6000원보다 1000원 많은 7000원을 받겠다고 했다가 거센 역풍에 휘말렸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비싼 영화 보지 말자”며 일종의 불매운동을 벌였다. 화들짝 놀란 배급사는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영화표를 6000원으로 내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돌아보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다.

6000원이던 영화 관람료는 2000년 7000원으로 인상됐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13년 마침내 영화표 한 장에 1만원씩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후 2∼3년을 주기로 1000원씩 꾸준히 오르더니 지금은 평일 기준으로 1만4000원, 주말에는 1만5000원이라고 한다. 그간의 물가인상 폭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금액일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6000원도 비싸다’라는 목소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 인상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영화표 값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 제기가 여전히 빗발친다.

단편영화 ‘밤낚시’ 포스터. 약 13분 분량인 이 영화는 극장에서 단돈 1000원만 내면 볼 수 있다. CGV 제공
멀티플렉스 CGV가 배우 손석구 주연의 단편영화 ‘밤낚시’를 오는 6월14일부터 극장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관람료가 단돈 1000원이란 점이다. ‘왜 그렇게 싸지’라는 의문은 영화 상영 시간이 약 13분이란 점을 알고 나면 쉽게 풀린다. 대부분의 장편영화보다 훨씬 짧으니 제작비도 그만큼 적게 들었을 것이다. 영화 한 편 본다고 하면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2시간가량 느긋하게 객석에 앉아 있는 모습부터 떠올리는 이들에겐 다소 생경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내 월급 뺴고 다 오른다”며 한숨짓는 직장인들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 상품’이 아니던가.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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