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대통령, 의료 붕괴시킨 책임자 손가락질 받을 것"

"의대 증원, 연금처럼 쫓기듯 결정할 문제 아냐"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실 레드팀께 :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병원 교수들이 의대 증원이 강행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레드팀'은 조직 내에서 전략의 취약점을 찾아 직언하는 팀을 말한다.

비대위는 윤 대통령에게 올바른 의료 개혁을을 강조하며 "대통령실이 지난 25일 연금개혁에 대해 '쫓기듯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수치보다 타협 절차가 중요하다'고 한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은 어떤가. 근거가 부족한 2000명, 대학 자율로 정해진 1509명의 수치보다 타협 절차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당장 의대 입학정원을 1500명, 2000명씩 늘린다고 누적된 문제가 금세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의료수가체계와 의료전달체계가 정비된다면 떠났던 동네 의원은 다시 돌아오고 큰 병원 진료도 수월해질 수 있다. 바로 효과를 볼 이런 의료개혁은 왜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의료체계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현재 각 의대에서 교육이 가능한 수의 의대생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후 필요 의사 수가 합의되면 시설과 교수진을 먼저 확보한 뒤 학생 수를 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올해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년에는 1학년만 7500여명에 이르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정상적 교육과 수련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공계는 신입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다. 2025년의 교육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의대생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할 묘책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비대위는 의료계의 '조건 없는 대화' 의미에 대해 "의료계에서 말하는 원점 재논의가 조건 없는 대화이며 대량 증원을 무를 수 없다며 조건을 걸고 있는 건 의료계가 아닌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총장들에게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부끄럽지 않는 판단을 하셨나. 일개 교육기관 수장의 자리에 연연하며 정부 지원 중단 협박에 굴복하셨나"라고 꼬집었다.

오는 30일 개원할 22대 국회에도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해달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비대위는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합의를 원칙으로 '타협의 절차'가 중요하다.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지도자의 덕목"이라며 "현장 의료진과 국민 의견이 반영되도록 대통령께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김선 기자 sun2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