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혼 후에도 혼인 무효 가능” 판결… ‘국적 먹튀’ 외국인 어떻게 되나
혼인 무효에 이어 법무부 조치 있으면 국적 상실
최근 대법원이 “부부가 이혼한 뒤에도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판례를 내면서 이른바 ‘국적 먹튀’에 제동이 걸릴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국적 먹튀는 외국인이 한국 국적 취득을 노리고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얻은 상태에서 이혼하는 것을 뜻한다.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에 따르면 국적 먹튀 외국인이 혼인 무효 판결로 한국 국적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국적 먹튀’ 규모는 통계로 추정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과 외국인의 혼인 건수는 1만6700건으로 1년 전(1만9700건)과 비교해 3000건이 늘었다.
특히 한국 여성이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건수는 792건으로 지난 2013년(279건)의 3배 가까이로 많아졌다. 그러나 이는 ‘착시 현상’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 여성 556명 중 482명(86.7%)은 귀화한 한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국적 확인이 어려운 2명을 제외한 480명의 귀화 전 국적은 모두 베트남이었다.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 대부분이 앞서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이혼하고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경우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한국 국적 취득을 노리고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국적 먹튀’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적법상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배우자와 결혼한 상태로 한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하거나, 결혼 후 3년이 지나고 한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하면 면접시험을 통해 간이 귀화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귀화한 베트남 출신 여성과 재혼하는 베트남 남성도 최소 2년만 한국에서 거주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출신 여성과 이혼으로 ‘국적 먹튀’ 피해를 본 한국인 남편이 혼인 무효 소송을 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혼인 무효는 이혼과 달리 가족관계증명서에서 혼인했던 사실 자체가 지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이혼한 부부의 혼인 무효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1984년 2월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단순히 여성이 혼인했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돼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40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23일 A씨가 전 남편을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앞서 각하 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혼인 관계를 전제로 수많은 법률 관계가 형성돼 그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 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면서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종전 판례와 달리 ‘이혼 후 혼인 무효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혼인 무효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적 먹튀’ 외국인의 한국 국적 상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혼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는 혼인 무효가 인정될 경우 혼인을 전제로 하는 국적 취득이 취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사 사건 전문인 배현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현행 국적법상 혼인 무효가 확정되는 경우 법무부 장관이 간이 귀화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혼인 무효 판결을 확정받더라도 별도의 간이 귀화 허가 취소 처분이 이뤄져야 상대 배우자의 국적이 상실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간이 귀화 취소 허가는) 법무부 장관의 재량인 만큼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취소 허가) 처분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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