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후계자? “나도 있다” 두산의 새 유격수 전민재, 목표는 60안타
지난 시즌 두산은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9)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안재석에서 이유찬, 이유찬에서 다시 박계범까지 무한실험을 했지만,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FA 포수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넘어 온 박준영(27)이 부상 회복 후 7월부터 꾸준히 1군 경기에 출장하면서 겨우 실마리를 찾았다. 그나마 기대를 완전히 충족하진 못했고, 8월부터는 돌고 돌아 결국 주전 유격수 김재호로 시즌 마지막까지 치렀다.
올 시즌 두산은 일찌감치 박준영을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4월까지 박준영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지난 1일 삼성전, 박준영이 희생플라이에 홈으로 뛰어들다 햄스트링을 다쳤다. 날벼락 같은 악재였다. 지난해 같은 유격수 무한실험을 되풀이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때마침 등장한 게 전민재(25)다. 4월까지 백업 내야수 역할을 주로 맡았던 전민재가 박준영 부상 이후 선발 유격수로 나오는 날이 늘었다. 지난 17일부터는 9경기 연속 선발 유격수로 출장했다. 박준영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27일까지 타율 0.289에 2홈런으로 활약 중이다.
전민재는 지난해 봄 호주 전지훈련 기간 발목을 다쳐 조기 귀국했다. 이후로도 잔 부상이 많았다. 시즌 내내 19경기 출장에 그쳤고, 그나마 유격수로는 16이닝만 소화했다. 많은 기회를 받지는 못했다. 언론에서도 1군 활약이 없는 그를 김재호의 뒤를 이을 새 유격수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다. 전민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해 그런 기사들을 보면서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내가 보여준 게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승엽) 감독님께 믿음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봄 전민재는 일본 미야코지마 퓨처스 전지훈련장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1군 캠프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편했다. 전민재는 “전쟁터 같은 1군 캠프가 아니라 오히려 퓨처스 캠프였기 때문에 마음을 내려놓고 좀 더 편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부터 ‘롤모델’로 그려왔던 김재호와 미야코지마에서 함께 훈련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전민재는 “재호 선배는 수비 쪽으론 그냥 다 마스터하신 것 같다”며 “미야코지마에서도 재호 선배님이 약간 제2의 수비 코치 같은 느낌으로 어린 선수들한테 정말 많은 걸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전민재는 특히 김재호에게 승부처 타이트한 상황일수록 더 여유 있게 수비를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세게만 던지면서 악송구가 나오던 버릇에 대해 조언을 많이 얻었다.
박준영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전민재는 다시 유격수 경쟁을 해야 한다. 전민재는 “제 생각엔 아직 모든 면에서 준영이 형이 한 수 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격수 자리를 그저 내놓고 싶지는 않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유격수의 의미는 특별하다. 내야에 선 4명 중 가장 수비 잘하는 사람이 바로 유격수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자부심도 느낀다.
전민재는 “저는 아직 더 보여줄 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타격으로 자신감을 가져가면서, 수비까지 끌고 가는 스타일이다. 타격에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전민재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르는 게 우선이다. 숫자를 따진다면 ‘안타 50개’다. 목표가 너무 소박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전민재는 “그러면 60개로 올리겠다”며 웃었다. 전민재는 두산이 55경기를 소화한 이날까지 24안타를 때리고 있다. 지난 24일 KIA전 하루에만 4안타를 몰아쳤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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