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트럼프, 운명의 일주일…오늘 최후변론 후 배심원 평결 돌입
전과 없고 고령이라 징역 피할수도…유죄시 출마자격 유지되나 대선판 '흔들'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운명을 가를 한 주를 시작했다. 미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은 6주간 이어진 재판을 마무리하고자 28일(현지시간) 최후변론을 진행한 뒤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한 배심원 평결 절차에 돌입한다. 1심에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오든 미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성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폭로를 막기 위해 자신의 전속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먼저 지급하도록 하고, 이후 회삿돈으로 코언에게 변제하는 과정에서 트럼프그룹 회계장부에 34차례에 걸쳐 법률 자문료라고 허위 기재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재판은 지난달 15일 시작돼 뉴욕 주민을 대상으로 12명의 배심원을 선정했고, 이후 5주간 총 20명의 증인이 이들 앞에서 사실관계를 증언했다.
지난 21일 재판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언을 거부하면서 증인 신문 절차가 모두 종료됐다. 당시 후안 머천 판사는 28일 검찰과 변호인단의 최후 변론을 갖고 29일부터는 배심원단 평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먼저 무죄 취지의 변론을 하면 입증 책임을 진 검찰이 이를 논박하는 방식이다. 이후 머천 판사는 재판의 쟁점과 적용 법률을 요약하고 배심원단을 상대로 증거 및 증언을 해석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를 토대로 배심원단은 피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려내는 심의에 착수한다. 배심원 심의는 빠르면 몇 시간 안에 끝날 수도 있지만, 길면 몇주 동안 지속된다. 유·무죄를 평결하려면 배심원단 12명이 만장일치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배심원단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머천 판사는 의견 불일치에 따른 오심(誤審)을 선언해야 한다.
평결과 관련해 전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배심원단이 △전부 유죄 △일부 유죄 △전부 무죄 등 3가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전부 유죄는 34건의 회계장부 조작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기 의도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주(州) 및 연방 세법과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배심원단이 받아들이는 시나리오다.
다음은 일부 유죄로 34건의 회계장부 조작 혐의 중 일부는 인정하고, 다른 일부는 기각하는 형태다. 코언이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13만 달러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삿돈으로 변제하는 데 사용된 수표와 장부, 계좌 내역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 배심원단 전원이 각 혐의의 유무죄 여부에 같은 의견을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부 무죄는 34건의 회계장부 조작 혐의를 기각하는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회계장부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거나 △조작했더라도 사기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하거나 △사기 의도가 있었더라도 세법과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부 유죄 또는 일부 유죄 평결이 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전부 무죄 평결의 경우 일사부재리(Double Jeopardy)의 원칙에 따라 검찰은 항소할 수 없다. 가장 골치 아픈 시나리오는 배심원단이 유·무죄를 두고 만장일치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다. 12명의 배심원 중 1명이라도 끝내 다른 의견을 내면 머천 판사는 오심을 선언해 재판을 종결한다. 이론상 배심원단의 의견을 배제하고 판사가 직권으로 유무죄를 가릴 수 있지만 극히 드물다. 오심이 되면 검찰은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유죄 평결 시 최종 판결은 머천 판사가 선고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회계장부 조작 혐의는 뉴욕주에선 전체 중범죄 중 가장 낮은 E급 중범죄로 분류된다. BBC 방송은 머천 판사가 징역, 벌금, 보호관찰 등을 선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뉴욕에선 전과가 없는 시민이 회계장부 조작 혐의만으로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양형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77세로 고령인 점도 고려 대상이다.
미 선거법상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오는 11월 대선 출마자격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 역사상 전직 대통령의 유죄는 처음인 만큼 대선판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게 BBC의 진단이다. 지난 1월 블룸버그 통신이 모닝 컨설트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주요 경합주 유권자의 53%가 유죄 선고 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 그간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와 기소, 재판을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규정해 왔기 때문에 그의 강성 지지층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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