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vs천우희, 스스로 증명한 '천의 얼굴'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배우 천우희를 뒤따르는 수식어는 '천의 얼굴'이다. 그동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천우희에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24년 5월은 이러한 천우희의 연기력이 폭발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와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동시에 보여준 천우희는 자신과의 대결을 통해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의 이유를 보여줬다.
지난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내용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작품이다. 천우희는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복귀주(장기용)에게 접근했지만, 이내 마음을 열어버리는 도다해 역을 맡았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한창 방송 중이던 지난 17일에는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가 공개됐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천우희는 돈이 아닌 재미를 추구하는 극한의 도파민 중독자 8층 역을 맡았다.
방송과 OTT라는 플랫폼이 다르기는 하지만, 흔히 말하는 '겹치기 출연'이 된 셈이다. 천우희 스스로도 "이런 경우가 많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두 작품에서 천우희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해주며 천우희라는 배우의 넓은 스펙트럼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징이 뚜렷하게 보이는 건 '더 에이트 쇼'의 8층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연장해 상금을 늘리는 것이 목적인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8층의 목표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8층이 주목한 것은 재미다. 어떻게든 시간과 돈을 아끼려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8층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까만을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이 참가자였지만 사실은 주최자였던 것처럼, 8층의 이러한 모습 역시 참가자를 위장한 주최 측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 정도다.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보고 달린다는 점에서는 천우희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단선적인 면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참가자들과 동떨어진 8층의 모습은 자칫 잘못하면 작품의 흐름을 이상하게 만들 수 있지만, 천우희는 끝까지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바이브를 유지했다.
반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도다해는 다르다. '더 에이트 쇼'의 8층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린다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도다해의 목표는 꾸준하게 변화한다. 처음에는 복씨 집안의 재산을 노린다는 불순한 의도였다. 세 번이나 이혼을 했다며 구구절절한 사연을 읊어대는 모습 역시 모두 가면을 쓴 모습이었다. 이를 모두 알고 보는 시청자들마저 자칫하면 속아 넘어갈 정도로 천우희는 완벽하게 새로운 인물을 연기했다.
이런 도다해의 목표는 복귀주를 만나며 점차 변화한다. 도다해와 복귀주의 인연이 생각보다 오래됐음이 드러나고, 사기꾼이라는 가면 속에 감춰둔 진짜 모습을 건드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천우희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도다해의 모습을 점진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복이나(박소이)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거나 불이라는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모습처럼 가면 뒤에 숨겨진 도다해의 진짜 모습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얼굴을 강하게 각인시킨 영화 '써니',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한공주', 칸 영화제와 연을 맺게 해준 '곡성', 아직도 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멜로가 체질' 등 천우희는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택하며 그 안에서도 넓은 캐릭터를 보여왔다. '더 에이트 쇼'의 8층과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도다해 역시 지금까지의 천우희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을 꺼내 보여줬다.
시청자들 역시 천우희의 다채로운 연기에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 '더 에이트 쇼'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 글로벌 2위에 등극했다.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2위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오르며 천우희의 얼굴이 나란히 1·2위에 걸리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시청률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더 에이트 쇼' 공개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천우희는 "결국 저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결과물이 대동소이 할 수 있다"면서도 "매번 다른 연기를 했고 다른 도전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우희의 걱정과 달리, 다양한 작품 속에서 천우희가 보여주는 캐릭터는 많은 것이 다르다.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천우희에게는 더욱 많은 기대가 쏟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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