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1:1 영상통화 시켜준다더니…팝업스토어 피해 속출

매장 20곳 중 18곳 환불약관 소비자에 불리

게티 이미지 뱅크

ㄱ씨는 지난해 9월 한 팝업매장을 방문했다가 ‘아이돌과 1대1 영상통화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50만7천원짜리 포토북을 구매했다. 하지만 며칠 뒤 “원하는 아이돌 멤버와의 통화가 불가능하니 멤버를 변경하거나 싸인, 폴라로이드 등의 상품으로 대체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유통업계 마케팅의 대세가 된 팝업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피해 사례도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소비자원은 2022~2023년 팝업매장과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 건수는 모두 27건이었다고 밝혔다. 팝업매장은 3개월 미만의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는 임시 매장으로, 유통업계에서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벌이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운영된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의 사유를 보면 계약불이행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품질 불만 5건, 매장 불만 2건, 사후관리 서비스 불만 1건 등이었다. 이 가운데 12건은 피해 구제 신청 절차 과정을 밟았다.

소비자원이 올해 1분기 서울 시내 팝업 매장 20곳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단순 체험 매장 2곳을 제외한 18곳의 환불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했다.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는 판매자가 3개월 미만 운영하는 영업장소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환불 등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8곳 중 14일 이내 환불이 가능한 곳은 1개에 불과했다. 7일 이내가 8곳, 환불 불가도 4곳이나 됐다. 심지어 2곳은 반환 제품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경우 이를 입증할 책임이 사업자에게 있음에도 ‘제품 개봉 과정의 촬영 영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7곳은 매장 내 교환·환불 규정 안내가 없었고, 직원이 구두로 이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영수증에 적시된 규정과 매장 안내 규정이 다른 곳도 6곳이나 됐다. 7곳은 판매하는 수입 상품의 한글 표시가 없거나 식품 용기에 식품용 표시나 취급 주의사항이 없어 ‘상품 표시 규정’을 어겼다.

이밖에 예약을 위해 고객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팝업매장의 경우,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과 보유 기간을 소비자에게 안내하지 않거나 개인정보 보유 기간을 임의로 ‘소비자 동의 철회 또는 탈퇴 시’로 정하는 등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비자원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 상품 표시 사항 누락, 개인정보 수집·초상권 사용 동의 절차 등을 개선할 것을 사업자에게 권고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