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0년 터줏대감도 짐 싼다…"공시생 안 보여" 노량진 학원가 한숨

오석진 기자 2024. 5. 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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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박모씨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분식집을 24년째 운영 중이다.

노량진에서 서점을 1998년부터 2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정모씨는 "PSAT(공직적격성평가) 교재는 잘 안 나간다"며 "최근에 오시는 손님들을 보면 7급 준비생은 거의 전멸이라고 보면 되고 9급도 가끔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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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9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골목. 빈 상가엔 임대 문의라는 종이가 붙어있다/사진=오석진 기자


"장승배기에 있는 아파트까지도 수업 줄이 있었다니까"

60대 박모씨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분식집을 24년째 운영 중이다. 27일 정오쯤 박씨의 분식집을 찾았지만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그는 10년 전에 비해 분식집을 찾는 사람들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박씨는 "예전엔 진짜 점심시간만 되면 매어라 터져라 난리가 났다"며 "평범한 분식집인 우리 식당도 엄청나게 붐볐다"고 했다.

박씨는 "10년 전만 해도 점심시간에 잠깐 앉을 시간도 없이 김밥을 만들고 라면을 끓였다. 그때 관절도 안 좋아지고 몸 이곳저곳에 병이 생겼다"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관절약이나 박카스를 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러면 참 기분도 좋았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간판을 떼고 나갔다는 한 체력학원/사진=오석진 기자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동작경찰서 뒷골목엔 각종 서점·고시 식당·고시원 등이 몰린 노량진 학원가가 있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코로나 이전에는 시험정보와 각종 스터디 등을 찾기 용이해 수험생들이 이곳으로 몰렸다.

인근 골목에서 복삿집을 5년째 하고 있다는 또 다른 상인 60대 A씨는 "여기 프린트용 컴퓨터가 10대가 있는데 지금은 손님이 아무도 없지만, 5년 전만 해도 점심시간에 10대가 전부 돌아갔었다"며 "그땐 정말 야구 끝난 야구장 못지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최근 골목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들도 장사가 안돼 자리를 비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가게 앞에 30년 된 칼국수집 사장님도 '이제 나간다'고 하더라"며 "장사도 안되고 답답하니 그런 거 아니겠냐. 나오는 게 한숨뿐이다"고 했다.

A씨는 "여기 건물 밑에 있는 체력학원도 장사가 잘 안되니 간판을 떼서 나갔다. 식당들도 늦게까지 운영해봤자 사람이 오지 않으니 마지막 주문 시간을 당긴다"며 "옛날엔 합격해서 고맙다고 이것저것 사서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때마다 '내가 학생들한테 섭섭하게 굴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27일 노량진 학원가 원룸촌/사진=오석진 기자


이같은 노량진 풍경은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드는 사회 현상을 반영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21.8대 1로,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017년 이후엔 경쟁률은 매년 하락세다.

7급 공무원 시험도 상황이 비슷하다. 2023년엔 720명을 뽑는 7급 공채에 29086명이 지원해 평균 4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지원자 수가 4441명이 감소했다. 경쟁률도 2022년 42.7대 1에서 40.4대 1로 줄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지원자들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3년에는 국가직 7급 공채에 71397명이 지원해 1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4년에 61252명이 7급 공무원 시험에 지원해 경쟁률이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인 83.9대 1로 떨어졌다. 이후 계속해서 내림세를 보이다 2017년엔 48361명이 지원해 지원자가 5만명 밑으로 줄었다. 2018년엔 그보다 1만명이 넘게 줄어든 36662명이 지원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 여성 B씨는 "7급이나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요즘은 경시생(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며 "정말 사람에 치일 정도였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노량진에서 서점을 1998년부터 2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정모씨는 "PSAT(공직적격성평가) 교재는 잘 안 나간다"며 "최근에 오시는 손님들을 보면 7급 준비생은 거의 전멸이라고 보면 되고 9급도 가끔 보인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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