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고 토의'…세인트존스대 GB, 강원도로 확산되나
[EBS 뉴스12]
별도의 전공 없이 다양한 분야의 고전 200권을 읽고 심층토의만으로 수업을 하는 대학이 있습니다.
미국의 세인트존스대인데요.
최근 인천을 시작으로 강원도까지 이 대학의 교육법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의 이해를 높이는 토의식 교육이 어떤 울림이 있을지, 서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의 한 시립 도서관.
플라톤이 쓴 공화국 속 '동굴의 우화'를 읽고 중고등학생들이 토의를 이어갑니다.
말자막:
"횃불의 위치, 즉 광원의 위치가 달라지면 그림자의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상대의 주장을 꺾는 게 아니라, 한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을 덧입히는 토의식 수업입니다.
인터뷰: 전시현 1학년 / 강원 춘천여자고등학교
"저희가 이번에 진행한 GB식 토론은 우리가 얼마나 조사했는가가 핵심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깊게 사고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 방식이 너무 좋았던 거 같습니다."
미국에서 3번째로 오래된 세인트존스대 특유의 토의식 수업, GB, 즉 Great Books가 한국에서도 열렸습니다.
이 대학은 별도의 전공이 없고, 졸업 때까지 모두 200권의 동서양의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고전을 읽고, 토의하는 게 커리큘럼의 전부입니다.
토의를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와 생산적 탐구를 이어가는 게 특징입니다.
이같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세인트존스대는 인문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졸업생 비율이 하버드대보다 높고, 자연과학 박사도 상위 4% 이내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뎀 라이트너 총장 / 미국 세인트존스대
"학생들은 똑같은 책을 읽지만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은 각기 생각이 다릅니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듣는 걸 배우고, 결국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색다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선 지난 2019년 인천대 GB센터에서 시작한 한국의 GB 교육.
세인트존스대는 춘천시와 춘천교육지원청과 협약을 맺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GB 교육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인천대와 한림대, 강원대의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수들, 세인트존스대 학생이 강의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이용화 교수 / 인천대 GB센터 운영위원회 선임고문
"자기 생각을 끝까지 고집할 필요가 없는 거죠. 생각이 바뀌었다. 새로운 재미가 생긴다. 그래서 더 많은 관점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거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나 서로의 관계에 대한 이해나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겁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무전공학과가 확대되는 가운데, 공교육 과정에 GB 교육이 얼마나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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