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병원이 가짜 환자 직접 모아 실손 12억 ‘꿀꺽’

병원장, 개원 비용 감당 못하자
브로커 고용해 보험 사기 행각
의료용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가 확보한 ‘여유증·다한증’ 가짜 환자 병원 의무기록 등 자료. 김가윤 기자

고액의 의료비 실손 보험 청구가 가능한 ‘여유증·다한증’ 가짜 환자를 모집해 12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낸 성형외과 원장 등 병원 관계자와 조직폭력배 출신 브로커 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경기 수원시에 있는 성형외과 대표원장 ㄱ씨와 간호사 2명, 상담실장 3명, 행정총괄이사, 상위·중간·하위 브로커 22명, 가짜 환자 145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5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200회에 걸쳐 12억원 상당의 허위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여유증·다한증 수술에 대한 실손 보험이 있는 가짜 환자를 모집한 뒤, 실제 수술은 하지 않고 진단서·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성형외과를 개원하며 들인 30억원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조직폭력배 등 브로커로부터 제안을 받아 보험사기를 시작했다. 브로커가 가짜 환자를 모집해 오면, 의사·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가 공모해 일정 예약·상담, 진료·수술, 진단서·간호기록지까지 허위로 만들었다. 가짜 환자는 보험금을 청구한 뒤 평균 20%의 이익을 얻고, 하위 브로커는 10%, 중·상위 브로커는 20%, 병원은 50%의 이익을 나눠가졌다.

모집한 가짜 환자는 브로커들의 지인부터 조직폭력배, 유흥업소 종사자까지 신분과 직업이 다양했다. 대부분 20∼30대였으며 서울·부산·대전·광주·울산·인천 등 소재지는 광범위했다. 일부 가짜 환자는 단속을 피하려고 고의로 가슴 부위에 상처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보험사를 속이기 위해 가짜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사전 교육도 했다. 이를 위해 ‘욱신욱신한 통증이 느껴진다’, ‘실밥은 일주일 정도 있다가 뺀다고 안내받았다’ 등 보험 회사의 확인 절차를 속이기 위한 매뉴얼을 만든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표원장이 직접 관여하고 총괄하면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병원 서류를 실제로 발급해주는 등 기존 보험사기보다 훨씬 (범행이) 수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사정사의 확인 전화에도 대처법이 있었기 때문에 (보험사 쪽이)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범행은 특정 병원에서 여유증·다한증 수술 보험금 청구가 집중되자 금융감독원에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성형외과 대표원장 등 병원 관계자와 브로커 등 보험사기 일당이 만든 영업 매뉴얼. 서울경찰청 제공

병원 원장과 의사는 허위수술로 남은 마약류를 상습 투약하거나, 환자 상대로 투약목적의 미용수술을 영업하는 등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프로포폴이나 펜타닐을 투약한 상태로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또한 경찰은 이들이 ‘프로포폴 패키지 상품’ 영업을 위해 내부 모의한 정황도 확인했다.

최승우 서울경찰청 형사기동3팀장은 “최근 성형외과에서 보험사기뿐만 아니라 의료용 마약 오남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으로 보건당국의 의사 면허 행정처분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