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탄일까, 실탄일까…野 띄운 ‘윤석열 탄핵’ 시나리오

박성의 기자 2024. 5. 2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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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탄핵 열차 시동” 조국 “탄핵 요건 수사로 충족될 것”
與 반발 시 ‘탄핵 현실화’ 불가능…‘조기 레임덕’ 변수 분석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7년, 여의도에 다시금 '대통령 탄핵'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당초 탄핵론은 야당의 일부, 소수 강경파가 주도했다. 그러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고리로 야권 전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여권이 가까스로 '대통령 탄핵 저지선'을 확보했기에 현 시점에선 무리한 주장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차기 여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친윤(非윤석열)계의 세가 약화되거나, 윤 대통령과 측근을 향한 '사법리스크'가 발화할 경우 22대 국회에서 '탄핵 추진'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 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돌아온 조국에 커지는 野 '탄핵 구호'

야당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엄포는 총선 전부터 이어져왔다. "대통령 탄핵 발의를 해놔야 '반윤 연대'가 명확하게 쳐질 것"(민형배 의원), "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면 동의할 사람들이 많다"(김용민 의원), "양평고속도로 특검하면 윤석열 정권 탄핵도 가능하다"(박성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는 주장이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다만 탄핵파는 일부 소수 강경파가 주도했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언급을 삼갔다. 총선을 앞두고 탄핵 구호를 전면에 내걸 경우, 보수 유권자가 집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읽혔다.

그러나 22대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이후 분위기가 반전된 모습이다. 당장 '민심'을 확인한 야권이 정부여당을 향한 강도 높은 대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반윤(反윤석열)계 선봉장 역할을 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서 '탄핵 구호'의 볼륨이 점차 커져가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전날(27일) JTBC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잇따른 거부권 행사는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의 수사로 탄핵 요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점점 쌓이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 먼저 될지는 모르겠지만 탄핵과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투트랙을 실제 성취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사례를 들며 "윤 대통령이 닉슨과 똑같이 거짓말, 수사 방해, 진실 은폐를 했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윤 대통령은 예외일 것 같으냐. 꿈 깨시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2일엔 "박근혜 탄핵 선고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며 불명예 사임한 전직 대통령 사례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現 시점에선 야권 힘만으로는 탄핵 불가능…'레임덕' 변수로

야권의 '대통령 탄핵' 주장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법조계와 정계의 대체적인 전망은 '어렵다'이다. 우선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저지선과 개헌 저지선인 101석 이상을 확보했다. 현행 헌법 제65조 2항은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범야권이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인 200석 이상을 장악하고 대통령 탄핵에 착수할 경우 이를 막을 최후의 보루는 헌법재판소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총선 참패로 여권 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크게 약화된 것이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전후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차기 여당 전당대회에서 비윤(非윤석열)계 대표가 선출된다면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레임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또 향후 윤 대통령 및 측근 관련 수사의 향배에 따라 탄핵파의 세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30%대로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내려가면 위태롭게 되고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마비된다"며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야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리고 대통령선거 후보 당시의 공약을 이행할 정치적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야권의 탄핵 주장을 '비정상적 정치 행위'라고 규정하고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앞서 제기됐던 이재명·조국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가리려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꼬집으며 "이 법이 가결되는 순간 민주당은 재의요구권 행사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탄핵열차에 시동을 걸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탄핵 공방전에 불이 붙은 가운데, 정치권에선 '민생'이 또다시 뒷전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여권 한 인사는 "당을 떠나 대통령 탄핵이 언급되는 건 국가의 불행"이라며 "대통령도, 의원도 결국은 민심을 떠받드는 종이다. '명령권'은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국민이 갖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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