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말고 융합형 인재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2024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인 ‘육각형 인재’란 외모, 학력, 집안, 자산, 성격, 직업 등 여섯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인재를 뜻한다. 이 모든 조건을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만 갖출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이 같은 인재상은 많은 이에게 좌절감과 무력함을 느끼게 한다. 육각형 인재가 되는 길은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탓이다.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인재상은 ‘육각형’이 아닌 ‘융합형’이다. 정보기술(IT)업계 출신의 금융인, 기술 지식과 역량을 갖춘 경영인, 경영학 석사(MBA) 출신의 변호사, 개발자 출신의 마케터, 애널리스트 출신의 핀테크 창업가, 심리학과 출신의 사용자 환경·사용자 경험(UX·UI) 디자이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인재상은 오래 전부터 논의된 탓에 식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채용 현장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채용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음을 헤드헌터로서 몸소 체감한다.
얼마 전 보기 드문 융합형 인재를 한 핀테크 회사의 임원급으로 채용한 사례가 있다. 해당 포지션의 자격 요건은 다음과 같았다. 금융 분야에서 책임자급 경력,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이해와 강력한 마케팅 역량, 전사적인 영업전략 수립능력, 경영 마인드와 리더십, 유창한 영어 실력 및 젊은 조직문화에서의 소통능력, 그리고 경영진 및 타 계열사와의 원활한 협업능력을 갖춘 인재였다. 그야말로 세상에 없는(?) 능력자를 찾는 듯했다.
난항 끝에 찾은 후보자 A씨는 메이저 금융기관의 젊은 임원 출신이었고, 해외에서 MBA와 법학을 전공한 수재였다. 그의 경력도 훌륭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컨설팅과 M&A 전략을 경험했고, 국내 지주 계열사의 전략 기획을 거쳐 플랫폼 기업을 창업하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보유했다. A씨는 IT, 인문, 법학, 금융, 디지털 및 글로벌 비즈니스 지식과 국내 지주사 전략기획 경험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였다. 회사는 면접을 통해 그의 장기적인 전략 수립능력과 창의력,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확인했고, 적극적으로 그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육각형 인재가 아니었다. 그는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하거나 이직을 결정할 때마다 기존 경험에 새 지식을 더하며 시너지를 높여왔다. 이러한 노력 끝에 다양한 역량을 갖춘 성공적인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융합형 인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산업과 학문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두 영역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선 모든 능력을 갖출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대신 자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강점을 키우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십과 경영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느낀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라면 퇴근 후 대학교의 MBA 프로그램에 참여해 경영역량을 키울 수 있다, 문과 출신의 브랜드 마케터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배우기 위해 야간 대학원에 등록할 수 있다. 또한 IT 기업 경력자가 금융사의 디지털 부서로 이직해 사업을 익히거나, 개인고객 영업을 오랫동안 했던 프라이빗 뱅커(PB·Private Banker)가 투자은행(IB) 부서와 협업해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지닌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등), 기업공개(IPO), 벤처 투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고객에게 더 나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직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을 융합형 인재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지 고려하는 것이다.
유행이 된 육각형 인재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하길 바란다. 타인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할 순 있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기 어려운 목표인 탓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융합형 인재이다. 이를 향한 노력은 분명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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