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유행어의 중심에서 올해도 불펜 허리 지키는 롯데 베테랑 김상수 “버팀목 역할이 나의 몫”

김하진 기자 2024. 5. 2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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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사직 삼성전에서 역투하는 롯데 김상수.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26일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위기를 맞았다. 선발 투수 찰리 반즈가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1.2이닝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롯데는 서둘러 불펜들을 투입했다. 두번째 투수로 나선 최이준이 4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김헌곤, 구자욱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1·2루의 위기에 처했다. 이때 김상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김상수는 김지찬을 2루 땅볼로 유도하며 1루에 있던 구자욱을 잡아냈다. 이어 데이비드 맥키넌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상수는 5회에는 김영웅-이재현-강민호로 이어지는 삼성의 4~6번 타순을 범타로 처리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상수는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김헌곤에게 중전 안타,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줘 강판됐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구승민이 김지찬을 삼진으로 잡아내 6회도 무사히 마무리 됐다. 그리고 전미르가 2이닝, 최준용이 1이닝씩을 책임지면서 팀은 9-1로 승리했다.

김상수는 불펜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2.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안타와 볼넷은 단 하나씩만 허용했다.

롯데 이적 후 가장 많은 이닝 소화였다. 지난해에도 한 경기 최다 이닝은 1.1이닝이었다. 2이닝을 넘긴 건 2021년 5월1일 두산전에서 2.1이닝 무실점을 기록 한 후 거의 3년 만이었다.

지난 26일 사직 삼성전에서 역투하는 롯데 김상수.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상수의 역투에 힘입어 롯데는 삼성전에서 2승1패 위닝시리즈를 작성했다. 베테랑의 투혼이 돋보였다.

김상수는 2022시즌을 마치고 SSG에서 방출되었다가 롯데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초반 팀이 선두를 달릴 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했다. 김상수 역시 개막 후 4월까지 14경기에서 10.1이닝 1실점 평균자책 0.87로 호투했다. 구단 자체 유튜브에서 ‘기세’라는 단어를 롯데 팬들 사이에서 유행시켰다.

5~6월에는 잠시 부침이 있었지만 후반기 28경기에서 22.1이닝 8실점(4자책) 평균자책 1.61로 불펜 투수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다.

롯데는 김상수의 공로를 높이 사 2년 최대 6억원이라는 다년 계약을 제의했고 김상수는 흔쾌히 도장을 찍었다.

김상수는 비시즌 동안 구단 유튜브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했다. 가수 성시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름을 본따 ‘상시경’으로 지었고 직접 부산의 맛집을 찾아가 먹고 소개하는 ‘상시경의 먹을텐데’라는 영상을 찍었다. 능동적으로 구단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꾀했다.

올시즌에는 개막 후 팀이 하위권을 전전하는 등 어려운 모습을 보여 김상수가 지난해만큼 활발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막내 전미르, 마무리 김원중과 함께 3월23일 개막전 후 지금까지 1군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불펜 투수다.

지난 23일 KIA전에서 1.1이닝 2실점했지만 이 경기를 제외하고는 최근 5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지난해만큼의 모습을 되찾는 중이다. 그리고 팀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을 때 긴 이닝을 소화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김상수는 “올 시즌 초반 팀이 어려운 상황에 있었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언제든 팀을 위해 등판할 준비를 하자’는 마음 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했다.

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을 크게 통감하고 있었다. 김상수는 “전준우, 정훈 형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고참들이 선수들과 소통하며,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 팀 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 있을 때 적어도 투수조 내에서는 그 선수들 다독이며,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게 나의 몫인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롯데는 지난주 5승1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김상수는 섣불리 들뜨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좋은 흐름으로 마무리 했지만, 선수단이 들뜨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롯데 김상수(왼쪽).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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