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좀 가봐라” 유튜버 대 유튜버…대법 “모욕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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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하거나 무례한 발언을 했더라도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모욕죄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상대 쪽 유튜버에게 “병원 좀 가봐라” 등의 말을 해 모욕죄로 기소된 ㄱ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ㄱ씨는 2022년 3월23일 박 전 대통령의 집 앞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중 정치적 성향이 달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유튜버 ㄴ씨가 자신의 방송을 방해하자 “니 보고 하는 이야기 아니니 입 다물어라”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ㄱ씨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에서는 ㄱ씨가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의 감정을 표현”했다며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발언 당시의 맥락과 표현이 수위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ㄱ씨의 발언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라면서도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무례하거나 저속한 표현이라는 이유만으로는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지 않으므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최근에는 이에 더하여 전체적인 맥락상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모욕죄의 성립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욕설까지 모욕죄로 보면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